각자의 시간(2020)

by 하늘해


각자의 시간 - 하늘해


우린 각자의 시간에 머물러 있어

단 한순간에도 너와 나의 연결은 없지만


우린 기억의 저편에 머물러 있어

이제 앞으로도 너와 난 달라질 게 없지만


그래도 난 널 생각해 너와의 시간을 떠올려


너의 찰나의 시간에도 내가 없다는 걸 알지만

이미 내 안에선 너의 시간을 여행해

친밀하고 따뜻해졌어 내 마음이


굳이 애쓰지 않으려 해 너에게

모든 걸 전부 털어놓진 않겠어

숨겨둔 나의 마음의 평화를 갖고 싶어


너의 찰나의 시간에도 내가 없다는 걸 알지만

이미 내 안에선 너의 시간을 여행해


알아채지 못하게 각자의 시간을 연결해

끝도 없이 끊임없이 너에게 달려가고 있어

내 마음을 기억하겠어 널 기억하겠어


그저 각자의 시간을 살아가는 거야




코로나 시절의 기억을 떠올려보면, 그 시기 다니던 직장이 제일 먼저 떠오른다. 지금은 매일 아침 지하철을 두 번이나 갈아타며 사람들 틈을 비집고 정신없이 출근하지만, 그때는 정말 달랐다. 당시 직장은 집과 꽤 가까웠고, 비록 걸어서 가기엔 살짝 무리였지만 자전거로 10분이면 충분히 닿을 수 있는 거리였다. 회사에서 받는 정신적인 스트레스는 물론 있었지만, 육체적인 워라밸만큼은 완벽에 가까웠다. 퇴근 시간도 정확했고, 집도 가까우니 체력이 남는 느낌이었다.


오늘 소개하는 곡은 2020년 10월에 발매한 ‘각자의 시간’이다. 마스크를 쓰고, 거리를 두고, 같은 공간에 있어도 어딘가 멀게 느껴졌던 시절. 줌으로 만날 때면 낯설었지만 또 반가운 마음이 같이 찾아오던 그런 날들. 가사는 가깝지만 먼 관계의 남녀 사이로 들리지만, 전체적인 분위기나 정서는 그때의 ‘코로나‘에서 자연스럽게 영감을 받았던 것 같다.


이 곡 이전까진 내가 직접 피아노를 연주해서 발매하는 경우는 많지 않았다.대부분은 하늘해밴드 멤버들이 연주하거나, ‘라떼가 좋아’부터 함께 작업했던 전상민 씨의 연주가 들어갔었다. 그런데 이 곡은 달랐다. 그 시기엔 모두가 단절된 상태였고,오히려 그 단절을 표현하려면 나 혼자서 연주하고 노래해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기타 연주는 유웅렬 씨가 함께해 주었는데, 아직도 실물로는 뵌 적이 없다. 당시엔 모든 작업을 비대면으로 진행했고, 그 이후에도 몇 곡을 더 함께 했지만 언제나 메신저와 파일로만 작업을 주고받았다. 유웅렬 씨는 나와 같은 고등학교 출신이었고, 1년 후배라고 한다. 고등학생 때 내 이름이 특이하고 밴드를 했던 기억이 있어서 내 이름을 알고 있었다고 했는데, 나는… 잘 기억이 안 나더라. 그래도 얼굴을 보면 알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사실 이 곡은 내 곡들 중에서 아쉬움이 남는 곡이기도 하다.발매는 했지만, 기승전결로 보면 어딘가 모르게 정리가 되지 않고 그냥 스르륵 끝나버리는 느낌이랄까. 작업 중엔 후반부를 조금 더 고조시키고 싶어서 여러 가지 시도를 해봤다. 하지만 그러면 노래가 너무 늘어지고 의도한 흐름이 깨지는 것 같았다. 하늘해밴드 멤버들과 편곡도 다시 해보고 합주도 해봤지만, 결국 지금의 형태를 유지하게 됐다.


그럼에도 이 곡이 좋은 건 그 시기의 감정이 조용히 박제되어 있는 느낌 때문이다. 그때 나는 사람들과의 관계에 지쳐 있었고, 직장생활 속에서 자존감이 많이 낮아졌던 시기였다. 퇴근 후 혼자 작업실에 앉아 피아노를 치고, 이 곡을 부르던 기억이 아직도 선명하다. 그래서인지 이 곡은, 그때의 나의 감정을 기억하게 해주는 곡이라서 소중하다.




이 곡은 당시 매니지먼트를 도와주셨던 김웅 대표님 덕분에 멜론 최신 앨범 섹션에 노출되기도 했다. 커버 이미지가 우연히 다른 아티스트의 앨범 커버와 비슷하다며 댓글이 달려서 좀 당황했던 기억도 있다. 사실 디자이너 분은 참고조차 안 하셨던 이미지였는데 말이다.


이 곡을 다시 들으면 피아노 앞에 앉아서 또 다른 곡들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려면 악기 연습을 다시 시작해야 하는데, 아직은 그게 좀 막막하기도 하다. 그래도 언젠가 다시, 그때처럼 혼자 앉아 노래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바라고 있다.


'각자의 시간' 노래 듣기



금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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