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곡의 뼈대를 만드는 화성 이야기
멜로디가 자유롭게 흘러갈 수 있는 배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바로 반주, 그리고 그 반주 안에서도 전체적인 분위기를 좌우하는 건 화음(코드) 진행, 곧 화성이다.
‘화음’과 ‘화성’은 비슷하게 들리지만, 이렇게 이해하면 좋다. 여러 개의 화음이 4마디나 8마디 단위로 규칙적으로 배열되어 연주되는 것, 그게 바로 화성이다.
나의 첫 작곡도, 화성 위에 멜로디를 얹는 일이었다. 중학교 때 교회에서 처음 화성을 배우고, 기타로 연주하게 되면서 처음으로 작곡이라는 걸 해봤다. 당시 C-Am-Dm-G7처럼 4개의 화음을 반복하면서 기타로 스트로크나 아르페지오를 연주하고, 거기에 다양한 멜로디를 붙여보았다.
빠르게도 해보고, 느리게도 해보고, 처음에는 알고 있는 화음도 몇 개 없었기 때문에 알고 있는 화성 속에서 다양한 멜로디를 만들어보았다.
초보자들이 흔히 가지는 두 가지 걱정
1. “다른 곡의 화음을 쓰면 표절 아닌가요?”
이건 음식에 쓰이는 재료와 같다고 보면 된다. 화음 자체는 누구나 쓸 수 있는 ‘기초 재료’다. 다만, 화음에서의 느낌들이 특정 곡을 연상시킨다면 그 부분은 자연스럽게 다르게 바꿔주는 것이 좋다. (사실 그것도 막막하다면 우선은 써도 된다)
2. “그 화음의 멜로디랑 비슷해질까 봐 걱정돼요”
당연히 비슷해질 수 있다. 처음에는 레퍼런스를 따라 하게 되는 게 자연스러운 과정이다. 하지만 중요한 건 멈추지 않고 끝까지 완성해 보는 것이다. 완성하고 나서 특정 곡이 떠오른다면, 후반부에 멜로디를 바꿔가며 손보는 게 낫다.
중요한 건 “끝까지 만들어보는 경험”
작곡을 시작했지만 인트로만 멋지게 만들고, 그다음 진행을 못 하는 경우, 또는 유사성을 걱정하다 아예 중단되는 경우도 많다.모든 곡을 발매하진 않더라도 일단 완성하는 경험 자체가 중요하다. 그리고 언젠가 다시 열어봤을 때, 그때는 자연스럽게 해결될지도 모른다.
악기로 익히는 화음의 감각
직접 악기를 연주하다 보면 어떤 화음으로 넘어가야 좋은지, 혹은 특정 멜로디에 어떤 화음이 어울릴지 감각적으로 익히는 순간이 온다. 이런 감각을 키우려면 다양한 곡의 화성 진행을 들어보고, 그 위에 내 멜로디를 붙여보는 훈련이 꼭 필요하다.
이 과정을 통해 자신만의 스타일과 영감이 자연스럽게 생겨난다.
악기를 못 다룰 때 활용할 수 있는 도구들
악기를 다룰 수 없거나, 화성학을 배운 적 없다면 chordify처럼 화음을 알려주는 프로그램을 사용하거나 인터넷에서 악보를 검색해 화음을 확인할 수 있다. 심지어 화음별 미디 파일도 온라인상에서 구할 수 있어서, 드래그해서 DAW에 마디 단위로 배치만 해도 반주 구성이 가능하다.
화음은 멜로디보다 덜 바쁘다
화음은 마치 건물의 뼈대, 멜로디는 그 위에 얹는 감성의 인테리어라고 보면 좋다.
4/4박자의 곡이라면
• 화음 1개: 4박자 전체를 채움
• 화음 2개: 각 화음이 2박자씩 차지
처음엔 복잡한 연주 없이도 한 박자씩 눌러보거나, 전체 화음을 동시에 눌러서 마디를 채우는 방식으로 시작해도 충분하다.
같은 화음이라도 느낌은 다르다 – 보이싱
예를 들어 도미솔(C 코드)을 누를 때도
• 도-미-솔
• 미-솔-도
• 솔-도-미
이렇게 음의 순서를 바꾸면 분위기가 달라진다. 이걸 보이싱(Voicing)이라고 부른다.
고음이 위쪽에 오면 선명하게 들리고, 낮은음이 중심이 되면 안정적인 느낌이 강하다. 보통은 3개의 음으로 구성하지만, 4~5개의 음을 추가하면 더욱 풍성한 사운드를 만들 수 있다. 물론 여러 음을 섞을수록 색감은 깊어지지만, 너무 섞으면 오히려 탁해질 수도 있다. (마치 물감 색 섞는 것처럼.)
화성 진행을 학습하는 최고의 방법
좋은 화성 진행은 많이 듣고, 많이 써보는 것에서 온다.
같은 코드 진행이어도
• 템포를 바꾸거나
• 장르를 바꾸거나
• 악기를 다르게 쓰면
전혀 다른 노래가 탄생할 수 있다. 그래서 학습 후, 직접 변형해 보는 훈련이 매우 중요하다.
작곡은 ‘번뜩이는 재능’이 아니라 작은 완성의 반복에서 나온다. 화음을 듣고, 쌓고, 바꾸고, 부딪히며 나만의 음악을 만들어보자.
오늘도 그 시작은 한 마디의 화성에서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