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션 연주자들과의 녹음실 기억들

by 하늘해


녹음 작업의 백미는 무엇일까?


TV에서만 보던 가수가 내 곡을 부르는 순간, 또는 반대로 유명 작곡가의 곡을 내가 부르게 되는 일도 당연히 설레는 순간이다. 하지만 가장 잊을 수 없는 건, 앨범 크레딧에서만 보던 연주자들이 내가 만든 곡을 직접 연주해 줄 때의 감동이다. 10명이 넘는 연주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스트링을 녹음하던 날, 미디로는 느낄 수 없는 낭만이 있었다.




보통 세션 연주는 ‘곡당’이 아니라 ‘한 프로’ 단위로 진행된다. 한 프로란 세팅 시간 포함 약 3~4시간 정도를 말하는데, 보통은 이 시간 안에 2곡 정도를 녹음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경우에 따라 3곡을 할 때도 있지만, 묵시적으로 2곡이면 충분하다고 본다.


기타리스트의 경우, 일렉 기타와 어쿠스틱, 나일론 기타, 그리고 다양한 이펙터 보드까지 장비를 한가득 들고 녹음실에 등장한다. 일렉 기타는 주로 케이블 연결 방식으로 녹음하고, 어쿠스틱 계열은 부스에 들어가 마이크로 직접 녹음하는 방식이다.




유명 세션 연주자들과 작업할 때 가장 좋은 점은, 내가 아이디어가 부족할 때도 곡에 필요한 부분들은 먼저 제안하고 연주해 준다는 것이다. 상대적으로 녹음 경험이 부족한 연주자들과 작업할 때는 내가 아이디어와 곡의 필요한 부분을 구체적으로 설명을 해야 한다.


그들은 마치 편집 없이도 바로바로 완성된 테이크를 만들어낸다. 리듬은 정확하고, 톤은 이미 믹싱 된 것처럼 단단하다. 누군가는 “살짝 틀어지는 리듬도 인간적이라 좋다”라고 말하지만, 모든 악기가 리얼 연주가 아니라면, 미디 기반 위에선 정확한 박자가 더 듣기 좋다는 게 내 생각이다.




내가 처음 세션 녹음을 경험한 건 20대 초반이었다.


내 앨범은 아니었고, 가수 지망생 시절부터 알고 지내던 형의 정규앨범 녹음현장을 구경 간 날이었다. 모든 곡을 리얼 연주로 작업하던 그날의 현장은 지금 생각해도 너무 소중한 경험이다. 형과 당시 작업하던 사람들이 나보고 ”재는 뭐냐? “고 이야기했다고 훗날 알려줬지만, 그때는 눈치 볼 겨를도 없이 녹음실에 출근 도장을 찍다시피 했던 것 같다. 정보가 흔하지 않던 시절이라, 그런 실전은 무엇보다도 귀중했다.




그리고 몇 년 뒤, 1집 정규 앨범부터 본격적으로 프로 세션 연주자들과 함께 작업하게 되었다. 그 이후 드라마 OST나 내가 프로듀싱한 곡들에서도 꾸준하게 함께하게 된다.


내가 집에서 피아노 치고 노래하며 만들었던 곡에 그들의 연주가 더해졌을 때의 감동은… 정말 잊을 수 없다. 그런데 지금은… 익숙해졌나 보다. 어느 순간부터는 더 많은 소스를 더 짧은 시간에 얻는 데 집중하고 있는 나를 보게 된다.




물론 항상 최적의 결과물만 나오는 건 아니다. 예상치 못했던 멋진 연주가 들어올 때도 있지만, 반대로 처음엔 “우와!” 했던 연주가 나중엔 곡과 어울리지 않는 경우도 종종 있다. 연주가 많아질수록 무난한 결과물이 쌓이는 경향도 있고, 특히 유명 연주자와 작업할 땐 너무 많은 디렉팅이나 재녹음을 부탁하기가 부담스럽기도 하다.


그래서 요즘은 오히려, 내가 더 디테일하게 고민할 수 있고 함께 아이디어를 나눌 수 있는 연주자들과도 자주 작업한다.




기타 녹음은 이제 꼭 녹음실이 아니어도 작업실에서 충분히 가능하다. 특히 재녹음이 필요한 경우, 친한 연주자와는 편하게 다시 녹음하기도 한다. 반면, 요즘은 리얼 연주 없이도 샘플이나 가상악기로 충분히 구현 가능한 시대가 되었다. 그래도 작곡가들이 가장 ‘리얼’로 하고 싶어 하는 악기를 꼽으라면 단연 스트링이다.


10여 명이 모여 연주하는 리얼 스트링은 미디로는 따라갈 수 없는 섬세함과 스케일을 갖고 있다. 물론 고퀄리티 미디 작업도 가능하지만, 기회만 된다면 스트링만큼은 리얼로 녹음하고 싶다는 마음은 여전히 크다.




제작자 입장에선 스트링 세션비, 편곡비, 스튜디오 렌트비까지 부담이 되니 작곡가가 직접 미디로 해결해 주길 바라는 경우도 많다. 작곡가 입장에선 예산 제약 없이 내가 원하는 연주자들과 마음껏 작업할 수 있다면, 그게 제일 즐거운 일일 것이다.




요즘 내 마음엔 또 다른 욕심이 하나 생겼다. 내가 직접 악기를 연주하고 싶다.


건반은 직접 연주하는 경우가 많지만, 편집을 많이 거치다 보면 나중에 라이브 연주가 어려워지는 경우도 많다.

기타는 특히 편집도 어렵고, 톤도 내가 직접 만져서 완성하고 싶다.


문제는… 시간. 정작 실제 작업에 들어가면 연습보다는 속도가 더 중요하기에, 내 기타 연주는 늘 ‘다음’으로 밀려난다. 하지만 아직 시간이 있지 않나. 언젠가, 정말 모든 악기를 내가 직접 연주해서 만든 앨범을 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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