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세트에서 스트리밍까지, 음악을 듣는 방식에 대하여

by 하늘해


음악을 소비하는 방식은 언제나 변해왔다.


나는 LP 세대는 아니었고, 음악을 처음 접했던 건 카세트테이프와 CD였다. 처음 샀던 카세트테이프는 서태지와 아이들 1집 ‘난 알아요’. 당시 TV에서는 ‘난 알아요’만 들렸지만, 테이프 안에는 그 외의 수록곡들도 가득했다.

음악을 앨범 단위로 듣는다는 걸 처음 깨달았던 순간이었다.


그리고 인생을 바꿔놓은 테이프, 이승환 2집 ‘always’.

그 이후로 90년대 발라드는 지금까지도 나의 음악적 근간으로 남아 있다.




당시 CD도 있었지만 가격이 2배 가까이 비쌌기에 한동안은 카세트로 듣다가 조금 시간이 흐르고 나서야 CD로 넘어갔다. 내 데뷔 앨범이 나온 2003년 즈음엔 CD와 무료 mp3 다운로드가 공존하던 시대였다. CD로는 발매되었지만 카세트테이프는 더 이상 나오지 않던 시기이기도 했다.


CD 판매 방식은 정가제가 아니다. 제작사에서 기본 단가를 정하고, 레코드숍에서 각자 마진을 붙여 판매하던 구조. 제작비가 들긴 하지만 몇만 장씩 팔리던 시절에는 지금보다 훨씬 수익 구조가 건강했던 것 같기도 하다.


반면, 지금은 스트리밍 1회당 발생하는 수익이 6~7원 정도. 이 수익도 플랫폼과 권리자들 사이에 나뉜다. 폭발적인 조회수가 아니고선 음악 수익만으로는 지속 가능성을 갖기 어렵다.


최근의 CD는 음원을 듣기 위한 매체라기보단, 포토북과 포토카드, 팬사인회 참여권이 동봉된 굿즈의 형태에 가깝다. 나 역시 CD 플레이어가 없어 따로 구입했지만 손이 자주 가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몇 장의 앨범을 낸 뮤지션으로서, CD로 존재하고 있는 앨범을 가지고 있다는 건 여전히 소중한 기억이다.




한때는 싸이월드의 도토리 시절이 있었다.

배경음악으로 쓰기 위해 500~600원을 주고 음악을 구입하던 시기. CD - 불법 mp3 - 정식 다운로드 - 스트리밍으로 변화하는 흐름 속에서 다운로드 시대의 단가는 지금보다 훨씬 나았다. 하지만 이제 사람들은 다운로드보단 압도적으로 스트리밍을 선택한다.


음원 제작도 홈레코딩, AI 활용을 통해 제작 단가를 낮출 수 있지만, 그런만큼 AI 음악이 하루에도 수백 곡씩 쏟아지고, 신곡 릴리즈는 평일 주말 가릴 것 없이 이루어진다. 하지만 음악을 소비하는 단가 역시 낮아지면서, 스트리밍 가격을 올리기도 쉽지 않다. 나도 멜론 무제한 스트리밍을 한 달에 6,083원 내고 듣고 있다. 소비자 입장에선 저렴하지만, 제작자인 나에게는 복잡한 마음이 들 수밖에 없다.




한 가지 더 아쉬운 건, 음악에는 고음질에 대한 차등 소비 시장이 잘 형성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OTT의 경우 720p 기본, 1080p/4K 등 고화질 요금제를 선택할 수 있는데 음악은 여전히 mp3가 기본이다. 스피커, 헤드폰 시장은 커지고 있지만 정작 고음질 음원에 대한 수요나 시장은 작다.




그런 가운데서도 자신만의 색깔로 꾸준히 사랑받는 아티스트들이 있고, K-POP을 비롯한 강력한 콘텐츠와 엔터테인먼트 시스템이 존재한다. 나 역시 멈추지 않고 나아가야겠지만, 음악인의 현실적인 고민은 당분간 계속될 것 같다.


변화는 생각보다 빠르게 찾아온다. 그 변화 속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현재진행형 음악인으로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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