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음이 끝났다고? 이제 절반 온 겁니다.

by 하늘해


보통 녹음을 끝내고 나면 “이제 다 됐다!” 싶은 안도감이 들곤 한다. 특히 보컬이나 연주자 입장에서는 몸과 마음을 다해 집중한 녹음이 끝났으니, 그 순간만큼은 모든 게 끝난 듯한 기분이 드는 것도 당연하다.


하지만 실제로 음악 프로덕션 전체 과정에서 보면, 녹음은 절반 정도 온 단계다. 뒤에는 트랙 선별, 보정, 믹싱, 마스터링이라는 중요한 후반 작업들이 기다리고 있다.




녹음이 끝났다고 해서 바로 음원이 완성되는 건 아니다.

여러 번 나누어 녹음한 트랙들 중 어떤 테이크를 쓸지 고르는 작업이 먼저다. 예를 들어, 세션 연주자들이 기본적인 리듬은 트랙 별로 연주를 정리했다면, 기타 솔로나 애드리브 같은 부분은 여러 버전을 남겨두는 경우가 많다. 나중에 가장 좋은 테이크를 선택하기 위해서다.


트랙 선별이 끝나면, 각 트랙을 솔로로 들어보며 노이즈나 디지털 에러, 갑작스러운 피크는 없는지 꼼꼼히 체크한다. 섞어 들을 땐 괜찮아도, 나중에 믹싱에서 드러나는 문제가 의외로 많기 때문이다.


필요하다면 비슷한 연주 구간을 복사해 붙이기도 하고, 노이즈 제거 플러그인으로 정리하는 경우도 있다. 사소해 보일 수 있지만, 이 과정을 얼마나 잘해두느냐가 결국 믹싱 퀄리티를 좌우한다.




음정과 박자, 보정의 세계


선별된 트랙은 이제 보정 작업으로 넘어간다. 나는 주로 멜로다인(Melodyne)이라는 플러그인을 사용해서 음정과 박자를 정리한다. 비슷한 기능으로는 오토튠도 있지만, 나는 멜로다인의 디테일한 조작을 선호하는 편이다.


요즘은 DAW 안에서도 자체 보정 툴을 제공하기도 하지만, 이미 플러그인과 함께 쌓은 노하우가 있어 당분간은 계속 이 방식을 쓰게 될 것 같다.




보정에서 가장 공을 들이는 건 당연히 메인 보컬이다. 가장 존재감 있는 파트이기도 하고, 곡의 인상을 결정짓는 핵심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진짜 손이 많이 가는 건 코러스 라인이다. 요즘은 멜로디에 맞는 화음뿐 아니라, 더블링 개념으로 메인 멜로디를 겹쳐 부르는 경우도 많아졌기 때문이다. 살짝 들릴 듯 말 듯 겹쳐서 넣으면 확실히 더 풍성한 느낌을 준다.


코러스도 음정과 박자를 정확하게 맞춰야 전체적인 조화가 살아나고, 메인 보컬의 빈 공간도 자연스럽게 메워질 수 있다. 하지만 이게 정말 손이 많이 간다. 하나하나 수작업이니까.




보정을 하면 노래를 못해도 잘 부른 것처럼 들릴까?


가끔 사람들이 묻는다.

“보정하면 못하는 사람도 잘 부르게 들리나요?”


내 대답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는 것. 음정과 박자만 정확해져도 안정감은 확실히 달라진다. 예전에 유독 박자, 음정을 잘 못 맞추는 분을 녹음한 적이 있었는데, 보정을 하고 나니 정말 괜찮아졌다. 음색이 좋았고, 감정이 있었기 때문이다.


기계가 아무리 좋아져도, 음색과 감정 표현은 여전히 사람의 몫이다. 그래서 나는 녹음할 때도 음정, 박자보다 감정을 담는 디렉팅을 더 중요하게 여긴다. 보정으로 커버할 수 있는 부분이 머릿속에 그려지면, 감정이 좋은 테이크를 그냥 살리기도 한다.




악기 연주는 보컬처럼 한음 한음 보정하진 않지만, 그래도 정확한 연주가 주는 쾌감은 확실히 있다. 물론 인간미 있는 연주라는 것도 있다. 예를 들어, 모든 연주자들이 동시에 느려지거나 빨라지는 타이밍이 자연스럽게 맞아떨어진다면, 클릭(메트로놈)에 딱 맞지 않더라도 감동이 전해진다.




보정의 주체가 바뀌고 있다


예전에는 이런 보정 작업이 오직 엔지니어의 영역이었지만, 이제는 뮤지션들이 직접 프로듀서로서 곡의 방향에 맞게 보정을 한다. 나 역시 그중 하나다. 느낌을 살리기 위해 어떤 보정을 할 것인가는 사람마다 다르기에, 프로듀서의 판단이 중요하다.




나는 강의나 워크숍에서는 주로 BandLab(밴드랩)이라는 DAW를 활용한다. 사용이 간편하고 교육에 적합해서다. 하지만 이 프로그램은 보정, 믹싱, 마스터링 작업에는 한계가 있어서 더 디테일한 작업을 원한다면 별도의 플러그인이나 다른 DAW로 옮겨야 한다.


다만 기술은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조만간 밴드랩에서도 이 기능들이 도입될 날이 오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




녹음이 끝났다고 해서 프로덕션이 끝난 건 아니다. 그저 절반 정도의 고개를 넘은 셈이다. 이후의 작업들도 음악의 완성도를 위해 꼭 필요한 과정들이다.


음악은 기술과 감정이 함께 어우러지는 예술. 보정은 기술이지만, 그 안에 담긴 감정은 언제나 사람의 손끝에서 비롯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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