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를 실용음악과에 보내도 괜찮을까요?

by 하늘해


주변에서 종종 묻는다. “아이를 실용음악과에 보내고 싶은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혹은, “우리 애가 대중음악 쪽으로 진로를 정하겠대요. 괜찮을까요?”라는 질문도 꽤 자주 듣게 된다.


더 직접적으로, 우리 딸이 어느 날 정말 진지하게 “음악을 하고 싶다”라고 내게 묻는다면 나는 과연 뭐라고 대답할 수 있을까.




사실 나도 중고등학생 때부터 한 번도 진로가 바뀐 적이 없을 정도로 늘 ‘가수’라는 꿈이 확고했다. 하지만 그 당시 실용음악과나 음대 작곡을 목표로 하진 않았다. 누군가의 반대 때문은 아니었다.


그저 내가 나 자신에게 확신이 없었던 것 같다. 좋아하고, 하고 싶은 마음이 있는 것과 내게 ‘재능이 있는지’에 대한 생각은 좀 다른 결이었으니까.


결국 나는 수능을 보고 경영정보학과에 진학했고, 전업 음악인의 길을 걷다가 한참이 지난 뒤 대학원에 가서야 음악을 정식으로 전공하게 되었다. 결과론적으로, 학부 전공은 이후 사회생활을 시작할 때 분명 도움이 되었다. 나는 직장인으로는 광고기획자와 마케터로 일하고 있는데 결국 어느 정도 전공을 살려 일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물론 대학 입학 당시까지만 해도 직장인이 될 거라는 생각을 안 해보긴 했다.




실용음악과 진학에 대해 나는 반대하는 입장은 아니다.

실제로 그 전공을 통해 비슷한 결을 가진 동료들을 만나고, 그 인연으로 일이 이어지는 경우도 많다. 프리랜서 개념의 일이 많은 음악 업계에선 ‘같이 음악을 해본 사람’이라는 인맥 자체가 큰 자산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분명하게 말하고 싶은 건, 실용음악과 진학이 곧 실력의 인정이나 대중적인 성공을 담보해 주는 건 아니라는 점이다.


예를 들면, 유튜브를 전공했다고 해서 인기 유튜버가 되는 건 아니듯이 실용음악과 역시 마찬가지다. 그 자체로 커리어가 완성되는 게 아니라, 그 전공을 기반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 것인지, 어떤 무대를 만들어갈 수 있을지가 더 중요하다.




그리고 또 하나. 음악 쪽 커리어는 ‘노력만으로 되지 않는 영역’이 분명 존재한다. 실력을 키우는 것과는 별개로, 대중의 선택을 받아야만 무대가 생기고, 수익이 생기고, 그걸 기반으로 다음 작업을 이어갈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혹시 모를 가능성에 대비해 음악 외의 공부도 함께 해보는 걸 권하고 싶다. 어쩌면 그 공부가 나중에 음악을 지탱해 주는 기반이 될 수도 있으니까.




실용음악과에서 배우는 학습 자체는 사교육으로도 충분히 접근 가능한 부분들이 많다. 그래서 실용음악과 진학이 ‘목표’가 되어선 안 된다. 오히려 그 이후, 내가 어떤 음악인으로 자라고 싶은지, 어떻게 내 이야기를 세상에 들려줄 수 있을지를 고민해야 한다.




만약 우리 딸이 어느 날 “나, 음악 하고 싶어”라고 말한다면 나는 진심으로 이렇게 이야기할 것 같다.


“그래, 정말 하고 싶다면 응원할게. 하지만 음악은 누가 보장해 주는 길은 아니야. 그렇기 때문에, 네가 음악을 오래 지켜낼 수 있게 다른 것도 함께 준비해 보자. 꿈을 좇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꿈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선

삶을 지키는 힘도 꼭 필요하거든.”




음악을 한다는 건 그 자체로 벅찬 일이다. 좋아하는 일을 한다는 기쁨도 있지만 그만큼 감당해야 할 현실도 분명히 있다. 음악을 진심으로 하고 싶다면, 실용음악과는 그 출발점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그 끝이 되지 않도록, 삶을 지킬 준비도 함께 해야 한다. 음악이 ‘직업’이 되는 과정은 생각보다 훨씬 복잡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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