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선을 다한다는 말의 무게
‘열심히 한다’, ‘최선을 다한다’는 말이 미덕처럼 들리던 시절이 있었다. 그 말엔 어쩌면 "그 정도만 해도 중간 이상은 갈 수 있다"는 안도감이 숨어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지금은 조금 다르게 다가온다. 요즘엔 ‘열심히’와 ‘최선’이 이미 모두의 기본값처럼 느껴진다.
그 말이 이제는 당연한 전제로 작동하는 듯하다. 그래서인지, 단지 ‘열심히 했어요’라는 말로는 더 이상 무언가를 설명하거나 이해받기 어려운 시대가 된 것 같다.
열심히 하면 큰 걱정 없이 살아갈 수 있다면 좋겠다. 하지만 이제는 과정보다 결과가 중요해진 시기다. “그래서 어쨌는데?" "결과는?"이라는 질문 앞에 멈칫할 때가 많다.
결국은 경쟁이 더 치열해졌다는 뜻일지도. 1등을 하고, 모든 걸 갖기 위한 욕망 때문이 아니라, 단지 버티기 위해, 생존을 위해 경쟁에 뛰어들어야 하는 시대. 때때로 "그래도 열심히 하고 있잖아"라며 나 스스로를 다독이고 싶다가도 “그래서 결과는 뭐냐"라고 되물을 때 괜히 무기력해지고, 속이 상할 때가 있다. 다만 경쟁이란 것도 늘 명확한 기준을 갖고 있는 건 아니다. 모든 걸 수치로 나눌 수 없는 현실 속에서 평가는 언제나 상대적이고 변화무쌍하다.
그럼에도, 오늘 내가 할 수 있는 건 결국 ‘열심히, 최선을 다하는 것’뿐이라는 생각이 든다. 발을 동동 굴러도, 다른 길을 모색할 여유조차 없는 날들 속에서. 가끔은, 그냥 다 내려놓고 며칠쯤 나를 방치해두고 싶기도 하다. 어차피 결과란 것도 결국엔 주관적이고, 누구도 정답을 모르는 일이니까. 그래서일까. 조금 더 똑똑하고, 영리하게 살아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그게 귀찮아서, 혹은 마음이 조급해서 오늘도 나는 ‘최선을 다하고’ 있다. 습관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