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여름이라 그런 건 아니었는데, 8월은 마치 과부하에 걸린 듯 무기력하게 하루하루를 버텨냈다.
모처럼 토요일 오전 일정이 비어, 작년부터 이어져 온 왼쪽 어깨 통증 때문에 정형외과를 찾았다. 가만히 있을 땐 괜찮지만, 특정 자세에서 욱신거리던 통증이 요즘 더 심해진 탓이었다. 병원에 갈 여유조차 없었는지 우선순위로 두질 않았는지 이제야 갔다.
다중직업자의 삶이란 여러 가지 일을 병행하다 보면 작은 돌발 변수 하나에도 모든 루틴이 죄다 흔들리곤 한다. 돌아보면 올 8월은 회사 일에 더 집중해야 했고, 평소보다 훨씬 많은 에너지를 쏟아야 했다. 긴장을 해서 그런지 퇴근 후에는 무언가를 이어갈 힘이 남아있지 않았다.
게다가 첫째 딸의 공부를 챙기며 밤늦게까지 함께 책상에 앉았던 날들도 이어졌다. 주말 역시 토요일에는 일하고, 일요일은 가족 일정으로 채우다보니 제대로 쉬는 시간이 없었다. 결국 회복의 리듬을 잃어버렸고, 그 여파로 모든 밸런스가 무너져 버렸다. 현재도 진행 중이다.
깨달은 건, 마음가짐도 결국 몸의 컨디션에 크게 좌우된다는 사실이었다. 의지로만 버틸 수는 없는 법이다. 하루이틀의 짧은 휴식으론 채워지지 않아서 계속 무기력한 나 자신에게 짜증이 났다.
그래도 새로운 9월의 날들은 또 다가온다. 다시 균형을 맞춰서 걸어가야 하는데 8월의 끝에 다다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