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일을 동시에 하려면 결국 체력과 건강 관리가 필수다. 돌아보면 여러 일을 꾸역꾸역 해왔지만, 건강 관리에 대해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 규칙적인 운동을 하지 않았고, 그저 피곤하면 잠을 잤다. 늦은 밤까지 일을 해야 할 땐 칼로리 높은 야식을 챙겨 먹거나 아메리카노를 물처럼 마시는 게 일상이었다.
전환점은 2023년 9월쯤 찾아왔다. 2년 전이다. 체력이 버거운 것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정신적인 번아웃이 왔다. 회사에서는 광고주 제안이 끊임없이 이어졌고, 퇴근 후에도 음악 작업이 쌓여 있었다. 챙겨야 할 일은 많은데 정작 나 자신을 돌볼 여유는 없었다. 누군가 나를 챙겨주지도 않았고, 물론 스스로도 나를 챙기지 못했다. 무기력한 감정으로 바닥을 친 순간이 온 것이다.
바닥에 닿자 본능적으로 ‘우선 나부터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이어트와 운동을 시작했다. 항상 나 자신에게 투자하는데 인색했지만, 어떤 식으로도 돌파구가 필요했다. 회사 앞 헬스장에 PT를 등록했고, 식단 관리를 시작했다.
때마다 다이어트는 시도했지만 한 번도 성공해 본 적이 없었는데, 마침 치아 신경치료를 받으며 고생하다 보니 식욕이 덜했다. 그게 계기가 되었는지 식단까지 조절하기 시작하자 본격적으로 체중이 빠지기 시작했다. 점심을 밥 반공기만 먹고, 저녁은 샐러드로 해결했다. 배가 고파도 군것질이나 튀긴 음식은 지양하고, 대신 밥대신 고기를 먹었다.
PT 덕분에 다이어트가 된 건 아니었지만, 아침 운동 루틴을 돈으로라도 산 셈이었다. 주로 근력 운동을 배웠고, 2년이 지난 지금도 출근 전 운동을 이어가고 있다. 그때의 투자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으니, 성공적인 선택이었다고 할 수 있다.
살이 빠지기 시작하면서 외적인 변화뿐 아니라 심리적인 변화도 찾아왔다. 당시 데뷔 20주년을 맞아 진행하는 2023년 12월 단독 콘서트에도 기대감이 생겼다. 공연 전까지 결국 10kg 이상을 감량하면서 여러모로 의미 있는 무대를 만들었다.
얼굴에 로션을 바르고, 내가 고른 옷을 입고, 샐러드를 먹는 것. 사소해 보이는 이런 나를 위한 작은 돌봄이 일상 속에서 나를 새롭게 할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 누군가의 관심과 챙김이 아니라도 말이다.
그리고 2년이 흐른 지금. 아침 운동은 여전히 이어가고 있지만, 내가 날 잘 돌보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체중이 크게 늘지는 않았지만, 스트레스를 기름진 야식으로 달래는 날도 최근 늘어나고 있다. 즐겨보는 영화나 찾아보는 관심사도 딱히 없다. 나를 위한 시간을 잘 챙기지 못하는 걸 보니, 최근 느끼는 무기력함은 어쩌면 다시 나를 챙기라는 신호일지도 모르겠다.
다시 2년 전의 루틴을 돌아보고, 나를 챙기는 일부터 시작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