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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 속 갈망에 관하여

by 하늘해


사무실의 불을 끄고 맨 마지막에 나오는 길이다. 아마도 기억 속에서 잊혀질 9월의 어느 날 10시, 야근을 마치고 지하철에 몸을 싣는다.


요즘같이 불경기에 다닐 수 있는 회사도, 늦게까지 바쁘도록 일이 있다는 것도 다행이지만 방전된 몸을 이끌고 집에 도착하면 무기력하게 잠들 것이 뻔하기에 좀 허무하기도 하다. 하루는 누구에게나 소중하니까.


다들 열심히 산다. 주변을 둘러봐도 대충 사는 사람이 없다. 이미 이룰 걸 다 이루었거나, 앞선 준비로 여유 있게 살아가는 이들도 있겠지. 반대로 모든 걸 포기하고 인생을 내려놓은 사람들도 있겠지. 하지만 그런 이들과 내가 마주칠 기회는 없고 주변에는 온통 열심이들 뿐이다.


열심 속에서 바라는 건 무엇일까. 잡생각이 끼어들지 못하도록 시간을 꽉꽉 채움에서 오는 만족감? 아니면 더 나은 미래가 올 것이라는 기대감?


단단하게 다져지고 쌓이면 좋겠지만 왠지 어설픈 모래성 하나 지어두고, 또 옆에 새로운 모래성을 짓는 기분이다. 지어진 모래성은 언제 무너질지 모른다. 어제보다 나아지려 애쓰지만 늘 새로운 숙제가 던져지고, 적응하고 배우는 일은 한결같이 더디다. 열심히 한다고 하지만 쉽고 단순한 일에만 열심인 건 아닌지…

지금 곧장 작업실에 들러 유튜브 라이브를 준비하거나 피아노를 열고 연습을 하겠다는 의지가 쉽지 않다. 이럴 때 느끼는 무기력함은 쓸데없다는 건 알지만 결국은 내 안의 갈망으로부터 시작되는 일, 갈망이 있기에 또 하루를 살아낸다.


조금씩 나아진다고 있다는 희망이 보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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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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