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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과 나의 시간들

by 하늘해


어젯밤, 한참을 아이폰과 씨름했다. 2018년 9월 부인과 함께 구입했던 아이폰 XS MAX와 XS를 다시 꺼내 초기화하고 아이들 계정으로 설정한 것이다. 애플 ID를 새롭게 만들고 가족 공유에 묶는 작업까지 마치느라 시간이 꽤 걸렸다. 사실 우리 부부는 이미 2년 전에 아이폰15 프로와 프로 MAX로 갈아탔고, 이전 기기들은 “나중에 아이들 쓰게 하자”는 마음으로 보관해 두고 있었다. 진작에 바꿔줄 수도 있었지만 키즈폰으로 버티게 한 이유는 사용 관리 때문이었다. 그러다 몇 달 전, 가족 공유로 스마트폰 사용을 통제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되면서 이제야 실행에 옮긴 셈이다.


단순히 초기화하고 계정만 묶으면 될 줄 알았는데 몇 년 전 변경한 애플 ID 문제로 꼬였다. 아이폰 XS가 옛날 ID로 묶여 있었고, 아무리 비밀번호를 입력해도 “없는 계정”이라는 메시지만 떴다. 결국 방법을 찾지 못해 6만 원짜리 소프트웨어를 구입해 애플 ID를 삭제한 후에야 마무리할 수 있었다.


아이폰을 붙잡고 있다 보니 처음 어떤 모델을 썼는지가 떠올랐다. 아마 아이폰4였다. 당시엔 ‘스마트폰’이라는 개념조차 잘 몰랐다. 단순히 전화기에 인터넷이 된다는 사실조차 꽤 시간이 지나서야 깨달았으니. 그래도 아이폰과 함께 구입했던 맥북은 내 음악 작업 방식을 말 그대로 스마트하게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지금의 나를 있게 한 중요한 전환점이었다.


그 뒤로 5S, 7 플러스, XS MAX, 지금의 15 프로 MAX까지 대략 2–3년 주기로 기기를 바꿔왔다. 고장이 나서라기보다는 신제품이 나오면 자연스레 갈아타게 된 것이다. 아이폰의 장점은 5~6년간 꾸준히 업데이트가 지원되어 오래 버틸 수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업데이트가 끊기면서 앱 실행이 느려지고 결국 교체 시점이 다가온다.


스마트폰에서 카메라 성능이 중요하다지만 매번 업데이트 때마다 혁신적이라고 감탄했던 건 아니다. 다만 어느 순간부터 DSLR을 들고 다니지 않게 되었고, 아이폰 하나로 촬영부터 편집까지 모두 해결할 수 있는 시대가 되어 있었다. 그 변화만큼은 체감한다.


애플에서 갤럭시로 넘어가지 못한 이유는 아이맥과 맥북, 아이폰까지 아이클라우드로 이어지는 작업 방식 때문이다. 작업실에서 녹음한 데이터를 굳이 메일이나 외장하드로 옮길 필요 없이, 집에서는 맥북으로 편집하고 아이폰으로는 언제든 공유할 수 있다. 이런 편리함이 다양한 장소와 시간 속에서 일하고 있는 내 작업과 생활을 묶어주고 있는 것이다.


사실 아이패드도 있는데 맥북 자체를 휴대하고 다니다 보니 활용도가 떨어져서 어떤 식으로 활용해야 하나 고민 중이다. 악보를 그리거나 연주할 때 주력으로 활용하는 것을 고려해보고 있다.


출퇴근길 전철에서 브런치 글을 쓰거나 일을 병행하다 보니 요즘은 좀 더 가벼운 아이폰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래서 최근 나온 아이폰 에어가 눈에 들어온다. 마침 회사 복지 중에 통신비 지원이 있어 기기값이 포함돼도 부담 없이 옮길 수 있으니 시기를 보고 있다.


아이들은 원래 키즈폰을 좋아하지 않았던 것 같다. 시간이 조금 더 지나면 지금 내가 쓰는 아이폰 15 프로와 프로 MAX를 자연스레 넘겨받을 테고, 또 그 뒤엔 자기들이 원하는 스마트폰을 직접 구입해 쓰게 되겠지.


요즘은 한 번쯤 갤럭시를 써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꽤 큰 변화가 될 텐데 사실 엄두가 잘 안 난다. 강의에서 모바일 앱 기반의 음악 툴을 다루다 보면 IOS와 안드로이드의 차이가 보여서 기회가 된다면 꼭 경험해보고 싶기도 하다.


늦은 밤까지 씨름했지만 다 정리하고 나니 오히려 홀가분하다. 긴 시간을 함께해 온 아이폰과의 관계를 돌아보니 단순한 기계를 넘어 내 작업과 삶의 리듬을 바꿔온 동반자라는 생각이 든다. 앞으로 또 어떤 변화를 만들어낼지 궁금하면서도 묘하게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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