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연휴를 보내고 있다. 어느새 5일째. 시간은 참 빠르다. 가족들과의 만남을 마무리하고, 오늘은 아침부터 해봄에 도착해 여유 있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이번 연휴에 내가 가장 많이 한 일은 일본 애니메이션 ‘진격의 거인’을 본 것이다. 어릴 적 ‘슬램덩크’를 일부 본 것 외엔 애니메이션에 크게 관심이 없었다. 얼마 전 우연히 ‘귀멸의 칼날’ 극장판을 보고 나서 자연스레 ‘진격의 거인’으로 이어졌다.
처음엔 단순히 ‘인간을 잡아먹는 거인과 인간의 싸움’ 정도로 생각했지만, 보다 보니 그 안에는 훨씬 복잡한 이해관계와 긴 서사가 얽혀 있었다. 완결까지 가는 길은 길고 험했다. 그래서 때로는 검색도 하고, 리뷰 영상도 보며 따라갔다. 이렇게 긴 호흡의 스토리를 본 건 처음이었다. 여러 번 봐도 재미있을 만한 이야기였다.
사람의 취향과 관심사는 정말 변한다는 걸 새삼 느꼈다. 이번 연휴는 ‘진격의 거인’으로 기억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 이야기만 붙잡고 쉴 수는 없었다. 2025년의 남은 시간을 준비해야 하는 시기이기도 하니까. 그래서 이렇게 아침부터 해봄에 나와 있는 거겠지.
우선 이번 주 일요일, 바로 앞에 닥친 온라인 클래스. 생각보다 참가자들이 많아 다행이었고, 거기서 희망을 봤다. 지난 4월부터 출퇴근 시간에 노션, 블로그, 스레드, 인스타그램까지 셀프 브랜딩 채널을 하나씩 운영해 왔고, 여기에 광고까지 더해지며 새로운 참가자들을 만날 수 있었다. 그 사실이 무척 기쁘고, 나에겐 새로운 시작처럼 느껴졌다.
이제는 첫 4주 로테이션을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게 목표다. 11월부터는 외부 강의 역시 온라인 클래스가 함께 이뤄지기 때문에 이번 온라인의 확장은 의미가 깊다.
‘조금 더 빨랐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은 이제 접기로 했다. 사람마다의 속도, 색깔, 리듬감이 있을 것이고, 지금 이 타이밍이 나에게 주어진 리듬이겠지.
그리고 남은 과제는, 작곡가이자 싱어송라이터로서 다시 나를 시작하는 일이다. 올해도 OST 작업은 간간이 이어지고 있지만 예전 곡들을 재편곡해서 발매했던 것들이라 새로운 곡을 만든 지도 꽤 오래됐다.
하지만 영감만으로는 창작을 시작할 수 없다. 결국 만들어야 한다. 내년부터는 새로운 활동도 필요할 것 같다. 결국은 시간이다. 한정된 시간, 한정된 체력 속에서 내가 할 수 있는 리듬대로 하루를 쌓아가는 수밖에 없다. 무리하면 다른 일들이 무너진다. 하지만 그렇다고 멈출 수도 없다.
조금씩, 단단히, 내 속도로 가는 것. 그게 지금의 나에게는 가장 현실적이며 최선인 선택이다. 연휴는 아직 3일 남았다. 그 3일 동안 나는 내 안의 속도를 다시 들여다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