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아빠는 오늘도 선생님입니다

by 하늘해


하반기부터 내게 하나의 새로운 일이 생겼다.

‘일’이라는 표현이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마음가짐만큼은 그 어느 일보다 책임감 있게 임하고 있다.


중학생이 된 첫째 딸을 가르치는 일이다.


영어와 수학은 학원에 다니고 있어서 내가 간간히 도와줄 수 있는 수준은 아니다. 매일 같이 붙어 있어야 가능할 정도다. 그건 현실적으로 쉽지 않지만 그럼에도 평일에도 일정 시간을 함께하기로 마음 먹었다.


나는 평일 낮에는 회사에 나가고, 평일 저녁은 음악 작업을 한다. 토요일엔 정규 강의가 있다. 그렇게 보면 유일한 휴일이 일요일인데, 그마저도 딸과의 교육에 쓰게 되니 실은 쉬는 날이 거의 없어진 셈이다.


그럼에도, 지금이야말로 내 ‘추진력’이 필요한 시기라고 판단했다.


우리 첫째는 작가가 꿈이다. 하루 종일 책만 읽으라고 해도 전혀 지루해하지 않을 만큼 책을 사랑한다. 자연스럽게 “작가가 되고 싶어”라고 말하는 아이다.


이런 아이들이 있다. 상상력도 풍부하고 표현력도 있지만, 결과물에 대한 기대치가 너무 높아서 오히려 시작조차 어려워하는 경우. 도입만 멋지게 시작해 놓고는 멈춰버리곤 한다. 누구나 처음부터 완벽할 수 없는데 말이다.


읽었던 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보면 등장인물은 구체적으로 설명하지만, “그래서 어떻게 됐는데?” 하는 질문에 도달하기까지 정리가 안 된 경우가 많았다. 말하고 싶은 방향도 있고, 이야깃거리도 있는데 ‘정리해서 끝까지 완성해 보는 경험’이 부족했던 것이다.


그래서 이번 여름방학, 국어 과제로 나온 독서 감상문을 함께 미션처럼 풀어보기로 했다. 내가 이야기를 어떻게 구성해야 하는지를 코치하고, 그 안에 담긴 감정을 끌어내는 작업을 해보려 한다.


최근엔 둘이 배드민턴도 시작했다. 두 번째 할 때는 분명히 나아졌는데도 본인이 기대하는 만큼 되지 않으니 속상해하며 감정이 격해지곤 한다. 몰입이 깊은 아이일수록 그런 경향이 있다. 포기로 이어지는 패턴이 반복되지 않도록, 시간이 쌓이면 분명 발전할 수 있다는 걸 직접 체험하게 해주는 게 지금 내 역할인 것 같다.


음악도 함께 하고 있다. 음악 역시 기초부터 시작하면 금방 지칠 성격이라, 처음부터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방향으로 지도하고 있다. 결과를 보면서 흥미를 붙일 수 있게.


결국은 시간이다. 어딘가에 시간을 쓴다는 건, 다른 어딘가엔 시간을 못 쓴다는 의미다. 딸에게 시간을 더 쓰게 될수록 내 작업 시간을 추가로 마련해야 한다. 그럼에도, 지금 이 시간이 우리 딸에게는 꽤 중요한 분기점이 될 수 있을 것 같다는 예감이 든다. 그래서 최선을 다해보려 한다.


둘째 딸에게는 기타를 가르치고 있다. 보통 밤 11시를 넘기면 방전되어 버리는 내가, 12시까지 1시간만이라도 더 에너지가 생기면 있으면 좋겠다.

keyword
토요일 연재
이전 15화비난과 칭찬 사이, 나를 지키는 연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