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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아침 편지

별의 조각, 후손

아침 편지

by 하민혜

새벽 먼지들의 속삭임에 귀를 기울였어요. 고요 속에 비밀이라도 숨었는지 가만 매트에 앉아 있습니다. 어떤 날엔 번쩍 일어나 요가를 하고 어떤 날은 앉아 몸을 풀기도 해요. 오늘은 어땠게요?


창밖에 다 녹지 않은 얼음을 보다 몸을 일으켰어요. 둥근 입술에 힘을 빼고 요가했습니다.


어제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 세 번째 독서 모임을 했어요. 밖에 만나면 또 좋아요. 세상을 아우르는 태양빛이 설게 느껴지는 날이었어요. 우리 모두 태양의 핵융합에서 탄생했다고 해요. 아, 별의 조각이라 말할까요. 그 증거는 속속 드러나 빼도 박도 할 수 없습니다. 태양이 우리 조상이라는 것은 과학자가 이 몸의 성분을 알알이 조사해서만은 아니에요. 태양이 지구를 따듯하게 할 뿐 아니라 일련의 생명 활동을 가능하게 하기 때문이죠.


경외심에 고개를 들 수 없는지 태양을 바로 보기는 어렵고 힘이 듭니다. 눈이 아리고 얼룩얼룩한데 시력을 버린다고 해요. 아인슈타인이 태양을 제 눈으로 관측하다 며칠이고 앞을 볼 수 없었다고 하지요. 그 분도 참 귀엽습니다.


책 친구들을 만나고 돌아가는 길이었어요. 조각난 구름에 노을 빛이 물들어서요. 먹먹해집니다. 하늘을 올려다볼 때 외따로 그리움을 느끼는 건 수구초심인가 봐요. 고향이 그리운 셈이죠. 난 또 헤어진 그가 보고 싶은 줄 알았지요.


글이 길다고, 길어졌다고 말하는 분이 있어요. 편지가 길면 그대 눈이 시릴까, 지겨우실까 줄인다는 게 자꾸만 그래 놨어요. 신경 쓸게요. 편히 들러 읽고 가셔요. 오늘 밤편지를 보내는 날이고, 라방이 있어요. 반갑고 즐겁습니다.


오후엔 눈비구름이 머문다고 해요. 무어든 서두르지 마시길, 조금만 더 기다려 주시길. 즐거운 금요일 보내요. 많이 보고 싶은 아침이에요.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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