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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아침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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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민혜 Jun 11. 2024

간결한 하루

아침편지

안녕하세요. 잘 잤나요?


새벽엔 몸을 움직이기도 하고 정지 화면이기도 해요. 요가하고 명상하는데 땀이 송글 송글 맺히네요. 기온이 제법 오르는 요즘이에요.


어젠 하루가 어떻게 흘러갔나 몰라요. 업무도 많았고 집안일도요. 뭐 좀 할라치면 전화가 걸려와서요. 면발을 그리 애정하지 않는데요. 걸림 없이 후루룩 국수를 마셔버린 것 같은 날이었어요.


거칠고 굵은 식감을 선호해요. 호밀처럼요. 밥도 현미나 귀리밥이 까끌해 좋아요. 오래 씹고 맛보아야 진가를 알 수 있는 음식, 사람이 좋습니다. 첫인상보다 뒷인상을 유심히 살펴요. 뒤로 텁텁한 단 맛을 좋아하지 않는 이유예요.


입에 사르르 녹는다는 표현이 있지요. 진미가 넘쳐나는 세상이라서요. 저라도 입에 넣으면 사라지는 그 맛이 뭔지 알다마다요. 길들여진 덕인지 손이 가긴 하면서도. 여전히 오래 씹는 음식을 좋아해요.


늦은 밤 자려고 침대에 갔는데요.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줬어요. 정지아 작가님의 <이토록 아름다운 권정생 이야기>입니다. 시작부터 눈물이 핑 돌다, 한참을 소리 내 읽었어요. 시간이 가는 줄 몰랐어요.


서평에 담을 이야길 편지에 담지 않을 거예요. 작은 소감만 구탱이에 남기자면요. 거추장스러울 게 많은 제게 울림이 큽니다. 소박한 삶을 넘어선 분이에요. 돈과 명예가 얼마나 쌓이건 5평 남짓 토담방에 옷 한 벌이 전부셨다니. 어마어마한 작품들은 어떻고요. 감히 선생님 앞에 고개를 들 수 있을까, 싶어요. 아직 절반도 읽지 못했지만 예수님이 떠올랐어요.


가뜩이나 덜어내는 데 마음이 쏠리는 요즘이에요. 아침이면 나눌 것을 분류해 한 번 더 비워야겠어요. 지금 책상에서 잠시 고개를 둘렀는데요. 이모저모 눈에 띕니다.


간결하게 살고 싶어요. 본질에 집중하고 싶고요. 화사한 화요일 못지않게 안개가 자욱합니다. 한낮이면 뜨거울 요량이 드네요. 차게만, 보드랍게만 드시지 마시고 몸 챙기시길 바라요. 입이 쉽고 몸이 쉬울수록 퍼지기 그만이지요.


정리 후엔 밀린 업무를 할 테고 오후면 서평 하나 올릴 참이에요. 도구의 도구가 되지 않도록, 정신 차리고 오늘을 살아야겠습니다.^^ 화요팅이에요.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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