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편지
새벽 요가하는데 등이 젖어요. 난로를 곁에 두었던 그제가 생각나요. 사람이 이렇게나 간사해요. 이때면 그때를, 그때엔 이때를 떠올립니다.
고양이 루나 뱃속에서 새 생명이 나왔어요. 드문드문 젖먹이 울음소리가 퍼집니다. 얼마나 신비로운가요. 딸은 늦은 밤 경외감이 들어 잠이 오지 않는다고 말했어요.
지켜야 할 작은 생명에게 손만 뻗어도 어미는 으르렁댑니다. 손바닥에 쏙 들어오는 새끼 고양이는 마치 인형 같아요. 사람 신생아처럼 뭉개진 얼굴이에요. 눈을 뜨지도 못하면서 어미젖만 찾습니다.
문득 이 순간에도 수없이 피어나고 저무는 생명을 느꼈어요. 아름다운 것은 변해가는 것임을 알았고요. 꽃이 시들기 때문에 아름다운 것이죠. 태어나는 날부터 우린 매일 죽어간다고요. 죽음이 있어 삶이 아름다워요.
언제 즘 끝이 날 것을 알기 때문에 이 여름을 견디거나, 즐기는 선택을 할 수 있어요. 이번 여름은 뭐랄지, 그다지 맛을 보고 있진 않아요. 정기적으로 출근하지 않아설까요. 이제 수영장에 다니려니 여름이 좀 더 생생해지는 기분입니다. 물 냄새 가득한 곳에 코를 박으려니 말이에요.
제 몸이 뜨지 않는 것을 아는 딸이 조언을 해요.
"엄마, 수영장에 잠수하고 가만있어봐! 그럼 무조건 몸이 떠오른다니까."
밑바닥에 발을 붙이라는 겁니다. 괜히 트라우마가 어쩌고 하지만요. 결국 빠질까 두려우면 아예 빠져버리라는 거죠. 실제 그래요. 어찌어찌 물속에 들어가면 한참 즐기게 되더라고요. 스노클링을 좋아해요.
새롭게 시작하고 싶은 게 있으신가요? 제가 수영에 재도전하는 것처럼, 다시 하고 싶은 건요. 그럴싸하게 허우적대기보단 아예 바닥부터 내려가는 건 어떨까요. 더는 잘못될 것이 없는 그곳에서. 몸이 뜨는 게 아니면 죽는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요.
벼룩이든 개구리든 바닥을 치고 점프한다지요. 비행기는 바닥을 한참 달려야(바람의 저항을 받아야만) 하늘을 날 수 있습니다.
내가 오르지 못하는 것은 어쩌면 어설프게 중간이나 위에 있어선지 몰라요. 목표지점에 가까워 보여서겠죠. 물론 모두가 오를 필요는 없지만요.
창을 닦고 싶은 오늘이에요. 일요일은 청소하기 좋은 날이라요.^^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