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하면 됐다,
좋은 아침입니다. 8월 첫날이에요. 새벽은 기쁨이와 명상했어요. 이건 의식 작용이 아니에요. 감정은 심장 박동과 같은 자율신경계에 속해서요. 쉽게 말해 나의 의지로 감정을 오르고 내리는 게 아니라는 겁니다.
이유 없이 감정이 널뛰는 게 정상이에요. 기분 좋은 느낌이 먼저고, 이유를 가져다 붙이는데요. 화가 나더라도 마찬가지죠. 몸의 작용이 먼저고 그다음 생각으로 에두르는 거예요.^^
늦은 밤, 아이들이 문제지를 풀고 있었어요. 딸이 동생에게 말합니다.
"오늘 이거 다 끝내버리자니깐?"
"누나, 그러려면 최소 몇 시간은 걸리지."
"응 같이 밤새자. 해볼래?"
매일 조금씩 하면 될 것을, 한 번에 해치우고 다시는 하지 않겠다는 거예요. 당연히 허락하지 않았는데요. 그런 아이 모습을 보니 몰아서 청소하는 제 모습이 보여요.
미리 변명하자면 요리를 좋아합니다. 다른 집안일도 그럭저럭이요. 정리나 청소는 맨 뒤에 있어요. 별로 좋아하지 않는 일인데요. 해도 해도 끝이 없고 뭐 좀 지저분해도 타격이 없어서요.
삶에, 그러니까 제 하루에 우선하는 일들 있잖아요. 운동이나 읽고 쓰는 일, 아이들과 놀기, 요리 등인데요. 해야 하는 이유마저 선명해요. 좋아하는 일이라고 왜 해야 하는지를 명확히 안다는 거죠.
언젠가 집을 한 시간가량 쓸고 닦고, 정리하다 '아, 이만큼이면 됐다.'하고 손 떼는 저를 관찰했어요. 한두 번이 아니라 그래요. 하다 말더라고요. 어제 딸처럼 어느 날엔 아주 몰아서 하는 겁니다.
해야 하는 건 알겠으니 수시로 손을 대긴 해요. 혼자 살 땐 몰라도, 아이를 키우면 더하죠. 매일 치우고 정리하지 않을 수 없어요. 그렇지만 즐겁지 않으니, 하다 말아야 할 핑계가 노상 있는 겁니다.
근래 제가 뭘 하고 있냐면요. 청소하고 정리하다, '이만큼이면 됐다.' 하는 생각을 의심해요. 합리화하려는 나를 좀 더 끌고 가요. '바라는 나'를 떠올리면서 하는 거예요.
단순히 정리를 잘하는 사람이 되고 싶은 것만은 아니에요. 관성인데요. 내가 가진 생각을 깨고 싶은 겁니다. 생각의 틀에 갇히면 자유롭지 못하니까요.
미루는 일이 있으신가요? 하다 말거나, 몰아서 한 번에 끝내는 일은요? 기왕 해야 하는 일이면, '왜 해야 하는지'. 미루지 않고 해냈을 때 얻을 것은 무엇인지. '바라는 나'를 떠올려 보세요. 타인이나 공간을 떠올리는 것 말고요. 매번 미루지 않고 끝까지 해낸다면, 나의 어떤 부분이 바뀔는지 생생하게 그려 보세요.
그대와 나를 묶고 있는 것은 언제나 우리 자신이지요. 8월은 우리, 스스로를 동여맨 매듭을 조금 느슨하게 풀어보는 건 어떤가요? 응원할게요.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