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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아침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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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민혜 Oct 24. 2024

내가 틀렸다는 말

아침편지

안녕하세요. 새벽은 좋은 일 하나 없이 부드럽게 눈을 떴어요. 매트 앉아 명상하다 이 시간, 아픈 사람이 떠오르대요. 퇴근길, 차창에 장밋빛으로 물들었던 하늘은 이제 없어요. 시간은 같은데 먹을 칠한 듯 새까맣기만 합니다.


새벽도 마찬가지예요. 두 팔 벌리고 겨울을 기대하면서, 해가 짧은 것은 못내 서운합니다. 불쑥 뱃속 아래로 묵직하게 가라앉는 만삭이었던 날들이 떠오르네요. 아이를 보려는 기대감과는 다르게 몸 마음이 바닥으로 쳐졌어요. 하루하루 겨울 색이 스미는 어제오늘이 그래요.


건너 일하는 사람 중에 분방한 이가 있어요. 직접 대고 저와 연관하진 않는데요. 근래 일이 있던 모양이에요. 서로 의견을 나누며 일해야는데, 홀로 꼿꼿하다고요. 그래, 그렇게 하려면 다른 데를 가셔야 합니다,라는 말에 곧장 그만둔다 말했다네요. 이 일이 있기 전엔 그렇게 하지 말아 주세요, 상냥하게 몇 번을 이야기했다고 해요. 


그러나, 저러나 뚜렷한 젊음이니까요. 그렇게(?) 하지 않겠습니다,라고 말하기 싫었을까요. 실은 이미 다른 이유들이 있을 거예요. 누네띠네 과자처럼 겹겹이 쌓여 바사삭 부서지기 좋았겠지요. 


중요한 건 그만두려는 사람이나 내버리는 사람이나, 둘 다 손해를 본다는 겁니다. 한쪽이라도 '에이, 그러지 말고 다시 해봅시다.'라고 말하지 못해요. 성미 급하게 짐 정리까지 이야길 했다니 안타깝지요. 


이성적으로 생각하면 둘 중 하나라도 멈춰야 해요. 양쪽이 아쉬운 게 분명해서요. 누가 더 손해냐 하면, 저울질해야 비슷할 겁니다. 


이유가 명백한들, 타인에게 '피해를 주고 말겠다'는 마음을 내면 분명 나도 피해를 받게 돼요. 둘은 제게 '나는 이렇게나 해줬는데, '라고 말해요. 그건 본인이 주고 싶어서 줬던 거지, 보상을 바랐던 일이라 무얼 주었든 준 것이 아닌 게 됩니다. 상대는 호의를 받았더라도 별 고맙지가 않아요.


살다 보면 서로가 서로를 아프게 할 수 있어요. 지난번 제 궁둥이를 쳤던 오토바이처럼. 의도 없이 '하필 나의 궁둥이를' 치기도 해요. '그래? 그러면 너도 엿 먹어봐라.' 하는 마음은 상대는 물론, 나를 다치게 해요. 


고양이를 '고양이'라고 부른다 해서, 머리부터 발가락 끝까지 그 모습을 안다 해서 고양이의 본질을 안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우린 하나는 물론이고 상대를 알지 못해요. '안다'는 생각으로 하는 말과 행동은 서로를 힘들게 합니다. 한 번씩 내가 '안다'는 생각을 의심하고 고개를 흔들어 떨쳐 버리세요. 


저부터 고개를 스무 번은 넘게 흔들다 어지럼증이 찾아올지 모르겠어요. 어떻든 내가 틀릴 수도 있다는 생각을 수시로 떠올릴게요.^^ 오늘 300 독서 모임이 있어서 노원에 가요. 책 친구들 보려니 행복합니다. 즐거운 목요일 보내시길.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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