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일어나 굳은 몸을 굴렸어요. 어제 요가원에 가서 어깨, 등을 많이 썼더니만 통증이 느껴집니다. 나무껍질에 비할 수 없어도 등이 제법 갈라졌어요. 뼈 사이사이로 근육이 드러나요.
긴 여행 시작이라고, 어제 스스로 목숨을 끊은 배우가 글을 남겼다고요. 그렇게 표현하니 애달프네요. 가족은 지금 얼마나 가슴을 움켜쥐고 눈물을 흘릴까요.
어젯밤 산책을 하는데 대머리에 가까운 나무를 만났어요. 서늘한 바람에 쉽게 잎이 떨어진 모양입니다.
새싹이 돋고 새파랗게 솟아 붉고, 노랗게 여물어 시드는 것이 자연의 순리일까요. 이따금 봄, 여름에 아기 손톱만 한 잎이나 생생한 초록 잎사귀가 바닥에 뒹굴기도 해요. 그런 때 저는 꼭 일찍 생을 떠난 분의 몸을 떠올립니다.
코로나 바이러스의 잠복기는 최대 14일이라고 해요. 감기도 4일까지 보는데요. 우리야 어제 만난 사람, 오늘 내가 했던 행동을 떠올리며 아픈 원인을 찾지만요. 이미 증상이 나타나기 훨씬 전에 이유가 있는 겁니다.
만일 2주 전에 만난 사람에게 옮았다고 해볼게요. 그 사람만 원인이랄 수 없는 게, 몸의 면역력이 약했던 탓도 있을 거고요. 당시 몸을 챙기지 못한 데엔 특정한 가족이 이유라고 해볼게요. 그 가족이라면 또 다른 누군가가 원인일 수 있어요.
감기만 그럴까요. 지금 내게 벌어진 삶의 문제 역시 갑자기 나타난 게 아닐 겁니다. 쉽게 말해 사기를 당했기 때문에 상황이 어려워진 게 아니라는 거예요. 저 사람이 특정한 말과 행동을 했기 때문에 지금 내가 힘든 게 아니에요. 시간을 거슬러가면 무수한 원인과 상황이 있습니다.
막상 아프거나 사고를 겪을 때면 잠복기가 있다는 걸 잊게 돼요. 알 수 없는 인생의 가능성을 닫아버리더라도 단 하나의 원인을 쥐고 싶어 합니다. 어제 자살한 사람이 그 분만은 아니에요. 대한민국 자살률이 1위라고 하지요. 하루에 38명이 자살하고 있어요. 연예인이 아니라 크게 다루지 않을 뿐이고요. 제 주변도 있습니다. 올해엔 개인적으로 아는 사람 하나, 작년에는 두 사람이요.
옳고 그름을 말하려는 게 아니에요. 하다못해 감기라도 무수한 원인이 있다잖아요. 더군다나 잠복기를 염두하면 하나의 사건은 트리거에 불과해요. 미로 같은 길목에 서서 덮쳐드는 두려움에 떠는 모습을 떠올리면 가슴이 미어집니다.
앞이 보이지 않는 어둠이라면 스치는 나뭇잎마저 공포의 대상이 돼요. 무궁무진한 삶이, 선택의 연속이, 무한한 가능성이 설렘이 아니라 두려움인 겁니다. 충분히 동감해요.
어둠 속에 눈이 밝아지기 위해선 시간이 필요해요. 몸 마음에도 시간을 주세요. 기어코 아침 해가 떠올라 집안이 밝아졌어요. 오늘을 함께 열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용기 내 하루 시작할게요.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