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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림 Nov 10. 2024

걷다 보니 가을로 물들었고
멈춰서 보니 추억 곁이었네

살다 보니 지난 추억도 삶이 서사인 것을 알게 해 준다

살다 보니 지난 추억도 삶이 서사인 것을 알게 해 준다.
 
오랜만에 시골도시로 낙양 한 친우의 부름에 마침 공교롭게도 강의 일정과 하루사이로 십 년 이상 잊고 살았던 추억의 도시를 방문한다.

부름이란 친지 결혼식이라서 오랜만에 십 년이나 못 본 친우를 만날 겸 방문한 이젠 낯선 도시가 되어 버린 곳으로 떠난다. 

도착이 늦어지자 친구만이 아니라 친지 어르신들도 밤길이 걱정되어 전화를 주신다. 

도시에서 한참 떨어진 곳이라고 해도 가파른 비탈길로 된 골목길에 차는 많고 주차를 못해 이 골목 저 골목 도돌이표를 무한정 찍고 있을 때이다. 

사정을 들으시곤 친우가 바로 나와서 대문 밖으로 나오셔서 주차할 자리를 안내해 주었다. 

손님이 아니라 오랜만에 멀리서 온 가족처럼 말이다


누구나 찾아도 익숙함에서 안온함을 느끼게 됩니다. 

시간과 함께 가버린 지난 추억의 기억도 곧바로 친근감으로 돌아온다.

오랜 시간 흘렀어도 그 시절에 함께한 만난 사람과의 교감은 공간 정취에 대한 매력도도 높여 준다.

변해버린 주변 풍광에 잊혔던 기억들이 살포시 조금씩 돌아온다. 

추억의 공간은 잊었던 경험과 다시 만날 때 감성을 일어나는 일종의 화학작용 같은 것인가 보다.
 
 

기억 속에만 남아있던 도시 속 시골 풍경이 현실에 펼쳐지면 자신도 모르게 공간에 마음을 내어준다. 

그리고 그 도시를 기억하고 이 거리 저 거리를 헤메 된 젊은 시절의 추억이 돌아온다. 

그리곤 갑자기 좋아하게 된다. 

아마 얼굴마저도 기억이 가물거리는 사람들과 오랜 시간을 떨어져 있어도 잠깐의 얼굴을 마주치면 어느새 

서먹함을 멀리 달아나고 화기애애한 대화의 장이 트인다.


마당 있는 집에는 텃밭과 모양새를 갖춘 정원에는 감나무 울타리가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그 당시, “주변 누구의 집에도 감나무 한 그루 없는 집이 없었지”라고 홀로 중얼거린다. 

불현듯, “아! 그립다”
오래된 빨간 벽돌집, 그리고 내가 묵을 방에 마련된 이불이 그랬다. 

거기에 꽃무늬 이불, 어린 시절 엄마가 만들어준 이불이 생각난다.

목화솜을 타서 광목을 덧대고 싸워서 꽃무늬 수가 올려진 비단을 덧대인 이불이었다.

그 얼마나 포근했는지.

어릴 적 엄마는 목화솜을 손수 떠서 광목을 덧대어 이불을 만들어 주셨다.
수십 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에도 고향 시골집에 가면 꼭 그 이불을 꺼내어 덮는다. 

얇은 이불에 면을 덧대었는데 수가 놓인 분홍 꽃무늬 비단을 보니, 어릴 때 동생들과 한 방에서 오글거리고 살았던 시절이 떠오른다. 

친구집에서 이런 이불을 덮게 될 줄이야!


보리 줄기와 페이즐리 문양의 오래된 벽지와 방바닥의 노란 장판 역시 그러하다.

창문을 살짝 덤은 커튼도 요즘 디자인과는 거리가 있는 어릴 적 보았던 커튼처럼 붉은색이 가득한

장미꽃문양이 예스럽다. 

특별히 세련되지도, 침구가 근사하지도, 그리고 방이 큰 것도 아니었다. 

그저 어릴 때 살았던 집으로 돌아간 것 같은 그 '단순한' 평안함이 마음을 홀린 것이다.


이른 아침, 내친김에 비탈진 골목을 따라 동네 마실도 나가본다. 

이곳에서만 느낄 수 있는 나무와 흙, 그리고 바람의 냄새가 있다. 

낮은 담장 건너에는 집집마다 주렁주렁 열린 감나무들이 혼을 쏙 빼놓는다. 

건너편 집에서 나는 입구 처마에 매둔 장을 담그는 메주냄새도 예전기억을 소환한다.


살다 보니 지난 추억도 삶이 서사인 것을 알게 해 준다.

몰래 왔다 흔적만 남기고 가는 저 먼 곳에 있는 추억이 주는 낭만이 그렇다.

마치, 눈이 펑펑 내리는 날에 길에서 만난 작고 낡은 가락국수집 따스한 국물처럼 말이죠. 

그 하나의 추억 조각으로 오늘도 행복한 마음으로 길을 떠난다.

그리고 멀치감치 옮긴 걸음을 세기 어려울 만큼 살고 나니, 

누구나 가슴 한편에 작은 낭만 한 조각들은 있는 법이다. 

그 조각들이 퍼즐처럼 들어맞는 공간에서 잔잔한 행복감이 밀려온다. 


마치 눈이 펑펑 내리는 날, 길에서 발견한 작은 가락국수가게의 따스한 멸치국물처럼 말이다. 

그 하나의 추억 조각으로 오늘이 행복해지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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