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밥 튀김과 쥐포 튀김
어릴 적 먹던 추억의 음식
"경상도 스타일의 분식"이라고 하면 사람들은 막장에 찍어먹는 순대와 어묵탕 속의 가래떡을 떠올린다. 하지만 그것들 말고도 경남의 분식집에서만 볼 수 있는 음식들이 있다. 바로 김밥 튀김과 쥐포 튀김이다.
쥐포 튀김은 맥주집에서 종종 기본 안주로 나오기도 하는 어포 튀김이 아니라 진짜 쥐포를 튀긴 것이다. 흔히 구워 먹는 동그란 쥐포를 길고 넓적하게 만든 '줄 쥐포'를 적당한 크기로 잘라 오징어나 새우를 튀기듯 튀겨 먹는다. 쥐포를 살짝 헹구듯이 물을 묻힌 후 튀겨야 식어도 딱딱하지 않다. 경상도의 제사상에 새우, 고구마, 오징어 등과 함께 종종 올라가는 튀김 중 하나이다.
사실 경상도에 살 때에는 쥐포 튀김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언젠가 쥐포 튀김을 먹다가 제거되지 않은 생선 가시가 혀에 박혔던 기억이 너무 강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요즈음 나이가 들어 입맛이 변했는지, 고향에 대한 그리움 때문인지 가끔 이 쥐포 튀김이 몹시 먹고 싶을 때가 있다.
갓 튀김 쥐포 튀김의 바삭한 튀김옷을 베어 물면 질깃한 쥐포가 씹힌다. 구워 먹는 쥐포보다는 부드러운 편이지만 그래도 다른 튀김들에 비해 오래 씹어야 한다. 꼭꼭 씹어 먹다 보면 쥐포 특유의 달콤하고 짭짤한 맛이 기름을 먹은 튀김옷과 어우러져 맛이 좋다. 한때 코스트코에서 인기리에 팔리던 "곰표 오징어 튀김"의 갓 튀긴 느낌과 비슷할 것이다.
김밥 튀김 역시 김말이가 아닌 진짜 김밥을 굵게 썰어 튀긴 것이다. 사실 마산에서 먹은 기억은 없다. 창원이 고향이고 대학까지 창원에서 다닌 지인도 김밥 튀김은 본 적이 없다고 한다. 나도 김밥 자체를 튀긴 것은 진주로 학교를 가서 처음 보았다. 하지만 부산 출신의 다른 지인은 타지에서 김말이를 시켰는데 당면만 들어 있어 사기당한 줄 알았다고 한다.
기본 재료만 들어 있는 김밥 한 줄을 4등분 혹은 5등분으로 굵직하게 썰어 튀긴다. 한 입에 먹기는 커서 3등분 정도로 잘라서 그릇에 담아주었다. 김밥이 터지지 않게 가위로 자르는 것은 은근히 기술이 요구되는 일이다. 이 튀김은 초간장보다는 떡볶이 양념에 찍어 먹었을 때가 훨씬 맛이 좋다.
내가 대학교를 다니던 때에 경상대학교 후문에는 떡볶이 포차들이 줄지어 있었다. 이 포차에서 떡볶이 1인분, 순대 1인분, 튀김 1인분씩 포장한 것을 우리는 후문 세트라고 하며 자주 먹었다. 후문 세트의 튀김에는 항상 김밥, 쥐포, 오징어, 고추 튀김 등이 바닥에 깔려 있고, 제일 위에는 삶은 달걀튀김이 2등분으로 잘려 꾸미처럼 올라와 있었다. 특히 시험 전날이나 과제로 밤을 새야 할 때는 우르르 몰려가 후문 세트를 사 들고 와 과방에서 함께 나누어 먹었다. 치킨 절반의 값에 배를 두둑이 채울 수 있는 분식을 먹으며 수다를 떨다 보면 졸음이 달아나 다시 공부를 할 힘이 났다.
남편이 쥐포와 오징어를 좋아해 냉동실엔 항상 쥐포와 오징어가 있다. 오늘 밤에는 쥐포 몇 장을 튀겨 남편과 맥주를 마시며 옛날이야기를 나눠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