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마산 롯데 백화점은 본래 대우 백화점이었다. 어시장 근처에 위치한 대우 백화점은 당시 마산의 핫 플레이스였다. 우리 가족은 일요일 오후에는 대우 백화점에서 이것저것 구경하다가 지하 식품관에서 일주일치의 장을 보고 집으로 돌아와 저녁을 먹었다. 대우 백화점이 생기기 전에는 성안 백화점에서 장도 보고, 옷도 사 입었지만 집 근처에 새로 백화점이 생기면서 그리로 옮겨가게 된 것이다.
경기가 좋을 때라 그랬는지 백화점에는 사람도 많았고, 시식 코너들도 다양했고 나름 즉석식품 코너도 있었다. 그중 나와 동생이 가장 좋아했던 곳은 여러 가지 소시지를 둥근 팬에 구워 놓은 것과, 전기구이 통닭이었다. 그 전의 성안 백화점에서 팔던 전기구이 닭은 장각 구이였는데, 대우 백화점의 전기구이 닭은 한 마리가 온전히 있어 더 먹음직스러워 보였다. 장을 보며 출출해진 배는 엄마가 사 주시는 소시지 꼬치 하나면 충분히 채워졌다. 그렇게 소시지 꼬치를 먹고 나서 엄마가 닭 한 마리를 포장하시는 날은 얼른 집에 가고 싶어 엉덩이가 들썩들썩했다.
아빠가 지리산 자락에 있는 학교에서 근무를 하실 때는 방학이 되면 아빠의 사택에서 지내기도 했다. 겨울 방학을 맞아, 지리산으로 들어가는 날에도 백화점 식품관에서 먹을 것들을 잔뜩 사 트렁크에 싣고 먼 길을 떠났다. 마산에서 함양까지 가는 내내 나와 동생은 언제 닭다리를 먹을 수 있냐고 물어봤다. 사택에 도착하자마자 나와 동생은 차갑게 식은 닭고기를 데울 틈도 없이 허겁지겁 먹었다. 차가울지언정 몇 시간을 기다렸다 먹은 닭다리는, 고소하고 기름진 맛이 참 좋았다.
대우 백화점에서 전기구이 통닭 한 마리를 사면 투명한 비닐에 담긴 치킨 무와 함께 갈색의 소스를 함께 초장해 주었다. 소금 대신 받은 새콤 달콤한 소스의 정체는 허니 머스터드와 케첩을 적당한 비율로 섞은 듯한 맛이 났다. 그 뒤로 그 맛을 내 보고자 집에서도 몇 번 흉내 내어서 만들어 보았는데 그때의 맛이 나지 않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언제부터인가 저녁이 되면 아파트 입구 혹은 버스 정류장 근처에 전기구이 통닭 트럭이 와 있는 때가 있었다. 학원을 마치고 집으로 들어가는 늦은 저녁시간, 닭을 굽는 고소한 냄새는 그날의 저녁 혹은 야식 메뉴를 통닭으로 결정하게 해 주었다. 새콤 달콤한 갈색 소스는 없지만 갓 구운 통닭의 바삭한 껍질 맛은 소스도 필요 없을 정도로 맛있었다. 또 운이 좋은 날이면 닭의 뱃속에 쫀득한 찹쌀밥이 들어있는 날도 있었다.
코스트코에 처음 가본 날, 매장에서 굉장히 맛있는 냄새가 났다. 냄새에 이끌려 따라가 보니 통통한 로티서리 치킨이 있었다. 옛날 생각이 나 한 마리 사서 집으로 와 먹어 보니, 옛날의 그 전기구이 통닭처럼 바삭한 껍질에 기름기 쪽 빠진 담백한 맛은 없지만, 짭짤하고 육즙으로 촉촉한 맛이 그 나름 좋았다. 언제고 통닭 트럭을 마주치게 되면 옛날 생각하며 한 마리 사서 먹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