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리에게 꽂힌 화살
등굣길.
“나 없는 동안 아빠랑 밥 먹을 때, 아빠가 또 폰 보잖아?
그럼 엄마가 보지 말라고 말해줘. “
한 달가량 애비가 집에서 출퇴근을 하게 되었다.
애비와의 시간이 길어진 만큼, 휴대폰만 붙들고 있는 모습은 더욱 눈에 띄었다. 애미는 외면할 수 있었지만, 스리는 그렇지가 않았다.
교문 앞에서 손을 흔들며 뛰어가는 스리.
뒤돌아서는 애미의 마음은 한없이 무겁다.
이제, 더는 미룰 수 없겠다.
그동안 멈춘 말을 다시, 해야 할 때가 왔다.
스리가 없는 식탁에서?
아니, 그럴 자신이 없다.
애비의 무반응을 견딜 수 없다.
차라리 스리가 함께 있는 자리에서라면,
최소한 스리에겐 보여줄 수 있다.
‘엄마는 너의 말을 기억하고 대신 전했어.’
애미는 결심한다.
스리에게 들려줄 말을,
스리대신 전할 말을,
애비에게 하고 싶었던 말을 준비한다.
그날 저녁식탁.
애비는 여느 때처럼 휴대폰과 함께 자리에 앉는다. 그 모습을 본 스리도 자신의 휴대폰을 들고 식탁으로 온다.
그 순간에, 애미의 가슴에 불덩어리가 안긴다. 낮에 준비한 말들이 순식간에 타버리고, 재가 되어 날린다.
애미는 그 불덩어리를 화살에 꽂아 활시위를 당긴다.
애비가 아닌... 스리에게로.
“스리야! 너 등굣길에 엄마에게 뭐라고 했니?
아빠 밥 먹을 때 폰 보지 말라고 하라며?
근데 네가 폰을 들고 오면, 엄마가 아빠에게 어떻게 말하니! “
거칠고 뜨거운 화살이 스리에게 꽂힌다.
후회가 밀려오지만 이미 늦었다.
오래 눌러둔 말들이 다듬어지지 못한 채, 방향을 잃고 스리에게 쏟아졌다.
“스리가 그런 말을 했어?”
평소답지 않게 애비가 한마디를 한다.
그의 귀에도 애미의 목소리는 낯설게 들렸던 것이다.
본래... 애비가 들어야 할 말이었다.
“아~ 엄마, 내가 언제...”
스리는 원망스런 눈빛으로 애미를 바라본다.
애미는 그 시선을 외면한다.
차마 미안하다 말할 수도 없는 순간이었다.
불덩어리가 빠져나간 자리에 무거운 돌덩어리가 들어앉았다.
애미의 목구멍은 그대로 막혀버렸다.
다짐은 가벼웠고, 말이 되기엔 너무나 버거웠다.
결국, 그날 식탁에 변화는 없었다.
애비는 끝내 폰을 놓지 않았고,
애미는 애꿎은 국그릇만 뒤적였다.
매콤한 향이 눈과 코를 찔렀다.
스리는 얼굴을 붉힌 채
숟가락을 내려놓고 꼼짝도 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