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리의 외침, 애미의 심장을 찌르다.
“하지 마~ 하지 마!”
스리의 비명 같은 외침에, 주방에서 설거지를 하던 애미는 거실로 뛰쳐나온다. 손끝에서 비눗물이 뚝뚝 떨어진다. 눈앞에는 스리의 외출용 가방을 붙든 애비와 그 앞에서 두 주먹을 꼭 쥔 채 부들부들 떨고 있는 스리가 있다.
놀란 눈으로 서있는 애미를 발견한 스리가 눈물이 그렁그렁한 채 달려와 안긴다. 애미는 거품 가득한 손으로 어설프게 스리를 감싼다.
“엄마, 아빠가 하지 말라는데도 내 가방 뒤졌어.”
애미는 스리와 함께 주방으로 와서 손을 씻고, 다시 안아주며 토닥인다.
“아빠는 스리 도와주려고 했나 봐.”
스리의 떨리는 눈동자에 다시, 눈물이 차오른다.
스리를 달래주던 애미의 눈에 거실에 홀로 남은 애비가 들어온다.
서럽게 우는 아이와 아무렇지 않은 듯 한 애비.
문득, 지난날들이 스쳐 지나간다.
애비는 늘 스리와의 놀이가 어설펐다.
스리가 정해준 역할을 잘 따라가지 못했고, 둘의 놀이는 스리가 토라져 방으로 들어가는 것으로 끝이 나곤 했다. 결국 스리의 마음을 풀어주는 것은 애미의 몫이었다.
“스리야, 아빠는 일주일에 한 번만 너랑 놀잖아. 잘 모르는 게 당연해.
그래도 아빠는 너랑 놀아주려고 애쓰는데, 한 번만 봐주라. “
... 그러니 네가 이해해.
애미는 어린 스리에게 아빠를 이해하라고 가르치고 있었다.
이해받아야 할 아이에게, 이해만 요구하고 있었다.
속상한 마음은 아빠에게도, 엄마에게마저도 닿지 못한 채.
그제서야 스리의 “하지 마.”라는 외침이, 애미의 심장을 찌르고 들어온다.
정신이 번쩍 든 애미는 스리를 살며시 떼어내고, 얼굴을 마주한다.
두 손으로 볼을 감싸 안는다. 아직도 너무나 작은 얼굴.
“아빠가 스리 가방 만져서 싫었구나?
하지 말라고 했는데, 아빠가 계속 살펴봐서 화가 났어?
우리 스리, 너무 속상했겠다. “
고여 있던 눈물이 애미의 손등을 타고 흐른다.
꽉 다물었던 입술이 슬며시 움직이더니, 떨리는 목소리가 조심스레 흘러나온다.
“응. 하지 말라고 막 소리 질렀는데도, 아빠가 계속했어.”
한마디 내뱉었을 뿐인데, 스리의 얼굴이 조금 밝아진다.
그리고 눈물대신 말을 쏟아내기 시작한다.
마음이 가벼워질수록 얼굴에 햇살이 드리워진다.
그 모습에, 타들어가던 애미의 심장도 제자리를 찾아간다.
이해만 가르쳤는데
스스로 ‘하지 마’를 외친 스리.
그 안에 아이의 답답함과 억울함이 고스란히 담겨있었다.
그동안 상황정리에만 급급했던 애미.
스리의 환한 얼굴을 바라보며 다짐한다.
이제는,
무엇보다 먼저 스리의 마음을 들어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