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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A Apr 09. 2022

내 취향의 노래를 듣는다는 것

'아기상어 뚜 루루 뚜루는 이제 그만, 엄마 박재범 노래 좀 들을게'


엄마(아빠)가 되면 자연스럽게 자신의 취향을 잃어간다. '아기 상어 뚜 루루 뚜루'로 시작해 '나는야 춤을 출꺼야. 뽐내는 토마토'까지. 거실엔 늘 동요가 흐른다. 어떨 땐 혼자 설거지하면서도 뽀로로 주제가인 '노는 게 제일 좋아~'를 흥얼거리는 나를 발견하고 흠칫 놀라곤 한다.


노래 취향 뿐이겠는가? 신혼 때 꾸민 인테리어와 즐겨있는 책도 아기가 태어나면서 자연스럽게 아기 취향(?)으로 바뀐다. 낮은 협탁과 인테리어 소품이 있던 자리엔 아기체육관과 타이니러브 모빌이, 소설과 에세이가 꽂혀있던 책장엔 블루래빗 전집과 추피이야기가 들어선다.


얼마 전, 우연히 아이유와 박재범이 함께 한 뮤직비디오를 보았다. 무려 아이유와 박재범이라니. 박재범이 새 노래를 내었고, 아이유가 피처링을 했다. 노래가 딱 내 스타일이었다. 노래 한 곡일 뿐인데, 요며칠 기분이 참 좋다. 집안일을 하면서도, 잠깐 독서를 하면서도 내 취향의 노래를 듣고 있으니 이렇게 좋다. 어깨춤이 절로 난다.


대학 때, 연애를 시작한 한 선배가 '사랑을 시작하면 그냥 기분이 막 좋아. 가령 수업에 지각을 해서 교수님한테 혼나도 속으로는 남자친구 생각하면서 계속 기분이 좋더라.'라는 말을 한 적이 있다. 이제와 보니 이 말은 꼭 사람에만 한정된 것은 아닌 것 같다. 자신의 취향에 맞는 음악, 그림, 영화, 책을 감상하는 것, 이것 역시 사랑이니까. 사람에서 음악이나 그림 등으로 대상이 바뀌었을 뿐.


육아를 하다보면 예민해지거나 우울해질 때가 있다. 육아 자체가 힘들 때도 있긴 하지만, 더 근원적인 원인은 '나 자신을 잃어가는 것'에서 기인한 예민함 또는 우울함이다. 아이를 길러낸다는 것 자체가 숭고하고 보람된 일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그 속에서 '나'를 잃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가볍게라도 내가 좋아하는 것, 온전히 내 취향의 것을 즐기는 것부터 나 자신을 찾아가는 것이 아닐까? 사소한 즐거움이 내 하루에 설렘과 활력을 불어넣어 줄 것이다.


거실에 있는 클로바에게 동요 대신 박재범의 '가나다라'를 틀어달라고 했다. 박재범, 10센치, 장범준, 아델, 에드시런, 코린베일리래... 내가 이렇게 많은 가수들의 노래를 좋아했고 좋아하는데 앞으로 선곡 걱정은 없겠다. 가나다라 마바사 ♬♪ 4살 아이가 어느새 박재범 노래를 흥얼거리고 있다. 나는 또 그게 너무 귀여워서 아이를 끌어안고 뺨을 부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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