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년시절을 유럽에서 지내다가, 한국 와서 따돌림을 겪고 터득한 대인관계 생존전략 4가지가 있다.
첫째, 소심한 성격을 티내지 말것. 말을 재미있게 할 자신이 없으면 친구들의 말을 경청해서 웃긴 부분을 짚어주면 나는 어느정도 개그 감각을 소유한 유쾌한 사람이 된다.
둘째, 눈치를 볼 것. 사춘기 소녀들의 감성은 굉장히 풍부하다. 여러명을 신경 쓸 에너지가 없다면 차라리 나에게 호감을 보이는 동성친구 한명에게만 내 눈치 에너지를 쏟아붓는 것이 방법이다.
셋째, 예쁘고 공부를 잘할수록 좋다. 사실 대인관계도 마케팅 전략에서 나오는 '포지셔닝'과 유사하다고 느낀다. 본인의 장점과 경쟁력이 특수할수록 사람들이 친해지는 것이 이점이라고 생각할 경향이 높다.
넷째, 인간적으로 부족한 면을 보일 것. 사람이 완벽하면 인간성이 없어보인다. 공부를 잘하는데 허당이거나, 외모가 예쁜데 털털하거나, 운동신경이 뛰어난데 그림을 정말 못 그리는 똥손이거나 등등 의외로 못하는 요소를 보여주면 사람들에게 오히려 호감을 사기 쉽다는 것이 내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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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부터 나는 굉장히 소심하고 내향적이었다.어른들께 인사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엄마 뒤로 숨기 일쑤였으며, 유치원 입학 전 놀이방에서 학대를 당했을 때도 부모님께 말을 하지 못했을 정도였다.
그런 내가 유럽에서 살았을 때에는 활발하게 지낼 수 있었다. 벨기에의 한 시골 마을에서 5살부터 11살 때까지 지냈던 나는 그 동네에서 유일한 동양인이었다. 인종차별을 한번이라도 당했을 법도 했을텐데, 운이 좋게도 그들은 작고 마른 동양인 여자 아이를 예뻐해주었다.
동네 어른들, 학교 선생님들뿐만 아니라 또래 친구들한테 특히 인기가 많았었다. 어느정도였나면,매일 동성과 이성 불문하고 러브레터를 잔뜩 받아 하루하루 책상이 편지로 꽉찰 정도였다. 대개 "너랑 친하게 지내고 싶어", "나랑 놀아줘"하는 류의 순수한 우정 편지였다.
또 친구들이랑 놀 때면 나랑 손 잡고 싶어서 애들끼리 싸웠다고도 한다. (나는 기억을 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최근에 벨기에 친구들이 그때를 회상하면서 얘기해준 덕에 기억이 났다) 매주 새로운 친구들이 나를 집에 초대하느라 그 동네에 있는 동갑내기 친구들의 집이란 집은 다 방문해보았던 것 같다.
아직까지도 그 당시 인기의 비결을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지금 와서 대략 추정해보면 옅은 쌍커풀에 작은 이목구비의 외모를 가진 동양인 여자아이를 신기해했던 것 같고, 결정적으로 어머니의 결과물인 K-스타일링이 눈에 띄었던 것 같다. 사회의 편견이 없는 순수한 유럽 아이들의 눈에는 신기함은 곧 특별함으로 여겨졌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단짝 친구들을 보디가드들처럼 항상 곁에 두었던 그때의 나는 내 소심하고 예민한 성격의 불편함을 느끼지 못하고 친구들과 두루두루 잘 지냈었다.
그러나 한국에 돌아온 직후부터 상황은 180도 바뀌었다.그도 그럴게, 이제는 모두 나와 비슷하게 생긴 한국인 아이들만 있어서 내 외모는 더 이상 특별함이라는 메리트가 사라진 것이었다.
가만히 있어도 친구들이 다가와주는 행운은 끝났고, 다른 방법으로 한국 학교라는 새로운 사회에서 사람들과 어울려야 했다.
한국에 11살, 즉 초등학교 4학년에 돌아온 나는 그동안 프랑스어를 모국어같이 사용했었기 때문에 한국어는 당연히 잘하지 못했었다. 그 당시 수업 내용을 80% 가까이 이해하지 못할만큼 한국어를 못했지만, 그런 나라도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던건 한국에서는 활발하고 이쁘고 공부를 잘할수록 사람들과 쉽게 어울릴 수 있으며 무엇보다 인생이 훨씬 편해보인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당시 학원에서 소심한 성격으로 어울리지 못해 따돌림을 당했던 내가 깨달은 한국에서의 또다른 중요한 생존전략은 바로 "눈치"였다.
사실 유럽에서는 아이들이 대체로 순진하고 지나치게 솔직해서 "눈치"라는 개념조차가 없었다.
그런 학원에서 내가 눈치 없다고 괴롭힘을 당했던 계기는 학원 선생님이 숙제가 있었냐고 확인하시는 질문에 숙제를 전부 다 안해온 학생들 사이에서 나만 유일하게 해와서 선생님께 숙제가 있었다고 대답했던 것이었다.
그 외에도 영단어 시험을 볼 때 컨닝하는 문화를 알아채지 못해 내 답안지를 제대로 공유 안해줬다는 이유로 눈치 없다고 학원 언니들에게 혼이 났었다.
그렇게 한국에서 초등학교 2년을 다니며 터득한 생존 전략을 장착하여 중, 고등학교를 가서는 성격을 바꾸어 슈퍼인싸로 살아가게 된다.그 비결을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았다.
첫째, 소심한 성격을 티내지 말것. 말을 재미있게 할 자신이 없으면 친구들의 말을 경청해서 리액션이라도 크게 해주면 대부분 좋아한다. 거기에 웃긴 부분까지 짚어주면 나도 어느정도 개그 감각을 소유한 유쾌한 사람이 된다.
둘째, 눈치를 볼 것. 사춘기 소녀들의 감성은 굉장히 풍부하다. 여러명을 신경 쓸 에너지가 없다면 차라리 나에게 호감을 보이는 동성친구 한명에게만 내 눈치 에너지를 쏟아붓는 것이 방법이다. 다른 친구들을 신경쓰는 대신에 그 한명의 표정과 어투를 살피고 둘이서만 대화하는 시간을 마련해 그녀의 속깊은 생각과 마음을 주의깊게 들어주는 것이 그 친구를 이해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된다.
셋째, 예쁘고 공부를 잘할수록 좋다. 사실 대인관계도 마케팅 전략에서 나오는 '포지셔닝'과 유사하다고 느낀다. 본인의 장점과 경쟁력이 특수할수록 사람들이 친해지는 것이 이점이라고 생각할 경향이 높다. 이것은 향후 대학교를 가고 사회에 나가서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외모가 호감일수록 그 사람의 말과 행동들이 더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지며, 학생은 공부로, 사회인은 능력으로 인정 받을 수 있다. 다만, 셋째 항목은 첫번째, 두번째와 달리 부작용이 있다. 시기와 질투로 미움을 받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내 경험상 이는 어릴수록 두드러지고, 사회에 나아가서는 점점 덜해지는데 이 또한 해결 방법이 있다.
넷째, 인간적으로 부족한 면을 보일 것. 이것이 세번째 비결의 부작용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다. 사람이 완벽하면 인간성이 없어보인다. 공부를 잘하는데 허당이거나, 외모가 예쁜데 털털하거나, 운동신경이 뛰어난데 그림을 정말 못 그리는 똥손이거나 등등 의외로 못하는 요소를 보여주면 사람들에게 오히려 호감을 사기 쉽다는 것이 내 경험이었다.
이러한 4가지 생존 전략으로 한국 중, 고등학교에서 사람들에게 어느정도 호감을 살 수 있었다. 그러면서 사람 보는 눈이 생겨서 이런 노력 없이도 진정으로 친해질 수 있는 평생의 친구들과도 사귈 수 있었다.
그러나 이 4가지 스킬의 유효기간은 10대때까지였다. 대학교에 가고나서부터는 한계를 맞이하게 되어 원래의 내 성격으로 돌아가게 되었다.(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