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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은 Aug 09. 2024

친구보다 심리 상담이 나은 이유

3. 우울증 치료기 (1)

지난글에서 얘기했다시피 내 첫 회사였던 대기업 생활은 굉장히 힘들었었다. 어느정도 극복도 되고 우울증 치료가 많이 된 지금 그 때를 떠올리면 막연하게 불안했던 것만 기억나고 자세한 감정들은 대부분 희미해졌다.


다만 한가지 기억 나는 것은 그 당시에 의지할 수 있는 사람거의 없었다는 것이다. 원래도 가족들이랑은 깊게 대화를 나누는 편이 아니었고, 부정적인 일들에 대해서는 더더욱 말을 하지 않았다. 공감 능력이 좋은 친구들을 만나면  얘기를 잘 들어주긴 했지만, 사실 그 뿐이었다.  감정상태에 대한 어떤 전문적인 이해나 해결방안이 나오기는 어려웠다. 친구들을 만나고나 마음 깐동안만 홀가분해질뿐, 그 다음날 원상복귀되었다.


렇게 방황하다가 심리상담센터를 찾아가게 되었다. 그 당시 나는 마음이 너무 괴롭고 우울증을 하루빨리 치료하고 싶었. 내 번잡한 마음과 복잡한 생각들을 정리하는 데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전문가이자 어른이 필요다.


처음에는 회사 연계 상담으로 시작했었다. 아무래도 사비로 하기에는 심리 상담 비용이 꽤 들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상담센터 원장님 덕분에 심리 상담이 필요한 청년들을 위한 정부 지원 사업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본래 1회에 10만원 정도 하는 심리 상담을 근처 주민 센터에 가서 신청서 작성하면 당 7천원에 받을 수 있었다. (온라인으로도 신청이 가능하다.) 그 덕분에 꽤 오랫동안 1년 넘게 심리 상담 치료를 받을 수 있었다.


센터 방문 첫 날에는 다양한 심리 검사를 해보고 초기 면담으로 내 상태를 확인해보다. 그 이후에는 선생님의 치료 계획에 따라  진행됐다. 나는 그 치료 계획을 구체적으로 알지는 못했다. 그저 상담 시간에 친구랑 수다 떨듯 지난 주에 했던 이야기를 이어서 다. 선생님께서는 한주 동안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내가 무슨 생각을 했고 어떤 감정을 느꼈는지 물어보다. 나는 본래 낯을 많이 가리는 성격이었지만, 열심히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면서 들어주시는 선생님께 마음이 금방  편하게 내 이야기를 할 수 있었다. 누구에게도 말 못할 속깊은 고민들을 털어놓을 때면 선생님같이 고민해주시고 내가 실천해볼 수 있는 여러 가지 해결 방안을 말씀해주셨었다.


심리 상담을 할 때에는 보통 내 일상과 고민, 우울증 증상과 관련 다양한 주제에 대해서 이야기하게 된다. 궁금하신 분들을 위해 아래에 내가 심리 상담했던 내용들을 모아서 적어보았다. 혹여나 나와 같은 우울증 증상이 있거나 비슷한 고민들이 있으신 분들께 도움이 될 수 있으면 한다. 힘들 때마다 상담 내용을 두고두고 꺼내 읽을 수 있도록 매회 기록해두었던 일지를 다시 오랜만에 뒤적이며 작성했다.


<2021년 10월 ~ 2023년 4월 상담 일지>

- 사회 생활의 어려움

요즘 사람 만나는 것이 힘들다. 다른 사람들이 아무리 웃고 떠들어도 나는 대화에 잘 끼지도 못한다. 웃으려고 해도 사람들이랑 대화하는 것이 너무 재미없다. 내가 너무 사회생활을 못하는 것 같다.

→ 지금 에너지가 부족해서 그렇다. 충분히 쉬고 에너지가 회복되면 재밌어질 수 있다. 대화를 아예 거부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잘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도 남자친구(현 약혼자)랑 상담 선생님, 정신과 선생님에게는 말을 잘 하고 있으니 사람들과 어울리지 못한다는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 회사 스트레스 극복 방법

회사에서 상사들이 자꾸 일을 떠맡겨서 힘들다.

회사 스트레스는 어떻게 해결하면 좋을까?

→ 일을 제외한 재미있는 일을 찾아보자. 취미를 만들어서 일 외에도 다른 영역에 집중하는 것이 좋다. 인생에서 일이 차지하는 비중이 줄어드는 만큼 스트레스도 줄어들 것이다.


- 휴식 취하는 방법

재미를 느낀 지가 오래돼서 어디서부터 찾아봐야할지 모르겠다. 재미가 없으니 차라리 자기계발에 도움이 되는 것이나 하자고 생각했다. 래서 일이 끝나면 격증 시험을 공부하거나 주말에 학원을 다닐 뿐이었다. 그런데 이 생활도 질린다. 사실 나도 놀고 싶고 쉬고 싶은데 마음이 불안해서 그러기가 어렵다. 그리고 한번 놀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이 충동적으로 쓸데없는 시간을 보내버리게 될까봐 걱정된다.

→ 일단 휴식부터 취해보는 연습을 하자. 휴식이 어렵다면, 마음챙김과 명상을 추천한다. 마음챙김 라디오나 영상을 틀어놓고 강제로 휴식에 집중하는 시간을 하루에 5분~10분 정도 마련해보자. 그리고 쓸데없는 시간을 보내는 것이 뭐 어떤가. TCI(심리 검사의 일종)에서 나온 내 기질을 보면, 자극 추구 성향이 높긴 하지만 위험회피, 연대감, 사회적 민감성 점수도 같이 높아서 아무리 충동적이어도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끼치거나 사고를 칠 정도는 아닐 것이다. 꼭 해야 할 일들이 아니라면, 휴식 시간엔 좀 마음놓고 놀아도 된다. 불안해하지 않고 스스로를 믿어봐도 된다.


- 불안의 원인

나도 정말 쉬고 싶은데 불안한 마음에 해야 할 일들만 잔뜩 계획해둔다. 막상 계획해도 불안함 때문에 집중도 잘 안된다.

→ 무엇 때문에 불안한것인지를 생각해보자. 내가 하는 일들에 대한 기대치가 너무 높은 것이 아닐까? 목표가 너무 높으면 시작도 전에 내가 잘할 수 있을지 걱정하느라 불안할 수 있다. 완벽주의 때문에 높게 세워든 허들을 낮춰서 큰 목표를 세분화해서 잘게 쪼개보자.


- 자기계발 중독

이런 내가 이상한걸까? 왜 나는 이렇게 불안함에 시달리면서 자기계발 중독에 시달리게 되었을까? 자기계발을 하지 않으면 놀고 쉴 자격이 없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리고 아무리 해내도 성에 차지 않는다. 무한 굴레에 빠져버린 것만 같다.

→ 이상한 것이 아니다. 단지 어렸을 때 받아야했을 보상 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서인 것 같다. 보통 어릴 때는 작은 일이든 잘만 해내면 어른들이 충분히 칭찬해주고 보상해주면서 성취감을 느끼게끔 하는 교육을 받아야 한다. 그러면서 점차 성장해나가면서 알아서 스스로 뿌듯해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나의 경우는 그러지 못했던 것 같다. 아무래도 어렸을 때 주변 어른들의 기대치가 높아서 엄하게 키우신 것 같다. 그들에게 충분한 인정을 받지 못한 것이 성인이 되고나서는 내재화가 되어 스스로를 부족하게 생각하고 채찍질하는 것 같다.  앞으로는 스스로 하루에 한번씩이라도 내가 잘 한 일에 대해서 칭찬해보는 연습을 하자.


- 극단적인 생각이 든다면

요즘 마음이 많이 불안하고, 자꾸만 극단적인 생각이 난다. 심해지면 감정이 마비가 되어서 아무런 느낌도 들지 않고 살아있는 것 같지가 않다. 그럴 때에는 자극을 찾기 위해 자꾸만 손목을 긋게 된다. 머리로는 자해가 잘못된 것인지 알지만, 쓰라린 고통을 느낄 때 비로소 내가 살아있다는 것이 느껴지며 안심이 된다.

→ 불안하고 극단적인 생각이 나거나 기분이 처지거나 무기력해질 때면 감정을 전환할 수 있는 나만의 행동 리스트를 만들어보자. 위로가 되는 음악 듣기, 근처 놀이터로 가서 활력있는 아이들이 노는 모습을 지켜보기. 동네 한 바퀴 산책하기 등 에너지를 덜 써도 바로 할 수 있는 것들로 시작해보자. 이와 별개로 그런 생각이 들 때면 정신과 병원에도 꼭 빠짐없이 말해놓자.



런 식으로 내가 평소 갖고 있는 고민과 감정들에 대해 이야기하면 선생님은 전문가의 입장에서 내가 조금씩 덜 힘들어질 수 있도록 해결 방안을 제시해주셨다. 전부 나에게는 굉장히 큰 도움이 되어주었다. 무엇보다 전문가인 선생님께서 내가 심리적으로 불안정한 상태인지 객관적으로 판단해주신다는 점이 안심이 되었다.


우울증을 7년 넘게 겪고 극복해내고 있는 경험자 입장으로서 정신과 진료와 심리 상담, 이 두가지는 정말 강력하게 추천하고 싶다. 내 경우와 같이 고민을 해결할 수 없어 막막하고 답답할 때, 부정적인 생각에 혼자 갇혀서 빠져나오기 어려울 때, 정신과 약을 먹고 있어도 일상을 살아가기가 힘들 때 꼭 시도해보기를 권장드린다.


참고용으로 위에서 언급했던 정부에서 시행하고 있는 '청년마음건강지원 사업' 관련 안내 링크를 첨부했다. 필요하신 분들이 있으면 꼭 활용해보기를 바란다.

https://www.mohw.go.kr/menu.es?mid=a1070902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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