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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인 Mar 03. 2023

그릭요거트와 된장찌개




"00가

나,

보수적

Fm 이래."


"고모가?

안 그래.

자식들이 보기엔 부모는

어느 정도 그렇게 보일 수밖에 없을 거야.

시집 식구 중에 고몬 그래도 제일 

제대로 된 시각을 지닌 사람이야."


"ㅋ"


난 누군가의 카톡 답장으로

이 'ㅋ' 자음 하나가 날아오면 

생선 가시가 목구멍에 턱 걸린 것처럼 그만 멍해지고 따끔해진다.

이 'ㅋ'이 한 번 던져질 때의 의미를 나로선 도저히 모른다.

재밌다는 말인지, 비웃는 것인지.

이 'ㅋ'이

한 번 쓰일 때와 'ㅋㅋㅋ' 세 번 쓰일 때가 너무 다르게 다가오는 이유는 뭘까.


"고몬 시인이고 늘 자각하며 살려는 사람이잖아.

곁에 그런 고모가 있어 고맙고 다행이야."


시누이에겐 긴 시간 답장이 없다.

난,

고상하고 예쁘고 품위를 지니고 싶어 하는 시누이의 성향을 안다.

오랜 세월 예쁘다는 말에 길들여진 여자의 내면에 도사리고 있는

나르시시즘을.  그 나르시시즘이 탄생시킨 갖가지 행태들도 말이다.


시누이는 나와 나이가 같다.

그녀는 일찍이 시인이었고, 나는 늦깎이 수필가다.

나는 죽은 영혼의 문장을 붙잡고 종일 허덕거리고

그녀는 책 표지가 밝고 제목이 젊고 세련된 단어로 된 신간을 사 온 후

하트 무늬가 흰 포말처럼 이는 카페라떼를 곁에 두고 라떼를 음미하듯 한 문장 한 문장 읽어나간다.

의미 중심적 관념 언어를 주로 사용했던(지금은 좀 가벼워졌기에) 나에 비해

그녀는 낭만적이고 보헤미안적인 가벼운 언어로 자신을 나타내고자 애쓴다.

나는 된장찌개와 겉절이를 밥에 넣고 쓱쓱 비벼 식사를 하는 반면

그녀는 그릭요거트에 견과류가 든 그래놀라, 방울토마토 두세 개로 끼니를 때운다.

나는 무늬가 없고 단색의 심플한 옷을 주로 입는데 그녀는 독특한 질감의 화려한 의상을 과감하게 입는다.

그녀는 늘 잘 나서 훈계 아래 자리를 못 견뎌하고

나는 늘 못 나서 부정의 부정 자리에 나를 몰아넣는다.


그녀는 개별적으로는 고상하고 낭만적으로 보이지만 

전체적으로는 팔자 편한 여자의 시간 놀이, 비현실적 철없음으로 보일지 모른다.

나 또한 개별적으로는 담백한 무소유자로 보이지만

전체적으로는 그녀와 다를 바 없는 팔자 좋은 여자일지 모른다.

문학으로 위장한 속물들로.


몇 시간이 지나 톡이 뜬다.

"즐거울 테다

영화--대외비 보러"

역시 그녀답다.


"너무 멋있고 아름다워 보여.

난 점심 먹고 설거지 끝냈어."


"ㅋ"이 날아온다.


'또 이 뜻은 뭐람!'


알다가도 모를,

가까워지려다가도 멀어지는,

늘, 늘이 따라붙는 이 늘은 도대체 뭐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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