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기 낸 따뜻함

by 윤성

호달달 떨리는

손을

잡을 용기가 없어서


못 본척 했어

손 잡으면 행여 네가

너무

민망할까봐


어떤 날은 네가

떨지 않도록

비 따위 내리지 않기를

기도했지


네 옷깃에

빗방울 하나도 스미지 못하게

네가 아닌 하늘을 보며

빌었어


또 어떤 날은

질척대는 길을 박박 닦았다

네가 넘어지지 않게

네 옷깃에

진흙 한 알도 스치지 못하게


그렇게 너는 모르는 사이 나는

네 생각을 했어

호달달거리는 네 손의 떨림이 멈추길

기다렸어

요동치는 너의 마음이 잦아들기를

네 숨소리가

고요하기를


하지만 갖은 노력에도

너는

쉬지 않고 떨었고 여전히

떨고 있고

앞으로도 떨 테지 호달달

숨 쉬듯 떨 테지


너무 오래 길을 닦으며

기도하다가

너에게서 끝없이 시선을 돌리다가

어제까지도 그러다가

오늘 새벽에야 깨달았지 뭐야


걱정은 힘이 없다는 걸

불안은

너를 바꿀 수 없는 수준을 넘어 나를

망친다는 거

야금야금 나를

갉아먹는다는 걸


그래

비는 어쩔 수 없거든

반짝 길이 편해보여도 그건 잠시일 뿐

길은

다시 진흙탕이 되고

반짝 말랐다가 다시 진흙탕이 되고

또 다시 진흙탕이 되고


숨 쉬듯 영원히 그게

반복되거든


그러니까 나

그냥

호달달 떨리는 손을 잡을게

민망해하지 않으면 좋겠다 네가 그냥

내 손의 온기를

조금

가져가면 좋겠다


비는 지나갈 거야


언젠가 다시 비가 내리더라도

그때도 내가

호달달 떨리는 손을 잡을테니


비가 내린다고 너무

걱정할 필요 없어

불안해하지마

괜찮아


너처럼 나도

항상 여기에 있어

왜 호달달거리냐고 물어보지 않고

그냥 손을 잡을 내가

여기에

있어


따뜻하지

이렇게나 따뜻한데


더 일찍 잡을 걸


비 따위 내리지 않기를 기도하는 대신

빗길을 닦는 대신 더 일찍

손 잡을 걸


더 일찍 하늘이 아닌

너를 볼 걸


괜찮아

너도 나만큼 용기가 필요했을테니까

뿌리치지 않고

내 손을 잡기까지


이제 계속

따뜻하자 우리



그럴 수 있어



















이전 18화미지근한 고백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