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걸음

by 윤성

할아버지는 우리에게

뛰지 말라고

걸으라고


단 한번도 소리 지르지 않았지


그저 늘 호랑이걸음을 걸으라고 했다

마치 먹이에 접근하는 호랑이처럼

느리게 걸으라고


시범을 보이곤 했다


키도 크고 미남이라

인기가 꽤 많았다던 할아버지가


주름으로 가득차고

할머니를 먼저 떠나보내고

손과 다리조차 말을 듣지 않게 되어


덜덜 떨리는 손으로 담배를 들던 모습보다 지금껏

내 기억에 또렷하게

남은 건


호랑이걸음


뛰지 말라고

걸으라고 단 한번도 소리 지르지 않고

어흥-하고 시범 보이며 호랑이걸음을 걸으라던 그


다정한 목소리

따뜻한 눈빛


자그마하던 우리가 와다다 달리다가

행여

넘어질까


조마조마했을 불안을

호랑이걸음 걸으라는 말로 달랬을 그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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