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 아는 지옥에서 나는

by 윤성

마을버스 창밖에 깔린 가을을 보다가도

정신없이 몰려오는 일들을 처리하다가도

엄마랑 통화를 하다가도

친구들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가도


또 보글보글 찌개를 끓여

저녁 밥을 짓다가도

새벽 공기를 마시며 요가를 하다가도

한밤 중 고요하게

침대에 누워 있다가도


어느 순간 난 문득

나만 아는 지옥을 향해 간다

누구도

등 떠밀지 않았는데


아무도 모르는

내 마음 속의 지옥을 향해

달려간다

스스로 마음에 채찍질을 하며


아까 했던 생각을 하고 또 하고

어제 했던 생각을 오늘도 하고

내일로 미루기라도 하자 그만하자 싶다가도 또

하고 계속 하고 그러고도

맺어지지 않아


단념해야지 했다가 또 불안해서

마치 단념하면 안될 것을 단념하는 무책임한 인간이

된 것만 같아 다시

생각의 끈을 붙잡고

붙잡은 손에 난 생채기에서 피가

철철 흐를 때까지 또

놓지 못하다가


결국 지칠대로 지쳐

눈을 콱 감고

숨을 탁

멈추고 싶어지는 순간 터지는 울음

어른처럼 웃으며 누군가와 대화하면서도

속으로는

사실 아이처럼 울고 있어

나만 아는 지옥에서 나는 처절하게

울고

있어


나도 마을버스 창밖에 깔린 가을을 즐기고 싶어

정신없이 몰려오는 일들을 개운하게 처리하고 싶어

엄마 목소리에 집중하고 싶어

친구들과의 이런 저런 이야기에 깔깔거리며 웃고 싶어


또 보글보글 찌개를 끓여

저녁 밥을 맛있게 먹고 싶고

새벽 공기를 마시며 요가 아사나에 고요히 머물고 싶어

밤에는 좀 자고 싶어


바라는 거라고는 고작

저런 것들 뿐인데

그 모든 것들이 고작이 아닌 감히가 되게 만드는

나만 아는 지옥에서 나는

오늘도


괴로울 수밖에


어떻게 해야 멈출 수 있을까

모두가 행복한 가운데 홀로 머무는 지옥에서 나는

이 고통을

어떻게 해야 마침내

맺을 수 있을까


마흔의 내가

스무살의 나를 만나 조언하고 싶듯이

이런 날은

여든의 내가 마흔의 나를 찾아오면 좋겠다

오늘 밤 꿈에서라도

날 찾아와 말해줬으면


여든의 나는

마흔의 나만 아는 지옥 따위 모두 잊었다고

이 지옥이 어떤 색깔이었는지

아니 이런 지옥이 있었다는 사실조차

싹- 잊었다고


그러니

그저

행복하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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