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지근한 고백 3

by 윤성

오늘은 어제랑 다른 바람이 불어요. 무언가 특별히

결심하지 않았는데요. 새벽 같은 각오로 시작한 오늘도 아니죠. 이유 없이 그냥, 오늘은 낯선 바람이 코를 지나 폐로 머리로 마음으로 깊숙하게 침투합니다. 서늘하지만 기분 좋게 맑은 바람, 상쾌한 바람이요. 그래서인지 오늘은 당신들이 밉지 않아요. 일방적으로 나를 버린 당신들 말이에요. 늘 저주하고 당신들의 흠결을 찾아 곱씹었죠. 그래야 내가 정당화되었으니, 그래야만 내가 옳다 믿고 다시 걸을 수 있었으니. 하지만 오늘은 새로운 바람이 불어 더 이상 당신들을 욕하지 않고, 탓하지 않고 , 깎아내리지 않아요. 그러지 않아도 걸어 나아갈 수 있는 사람이 되었어요. 무언가 특별히 결심하지 않았는데요. 새벽 같은 각오로 시작한 오늘도 아니죠. 바람이 부는 데 별 다른 이유가 있겠어요? 이유 없이 그냥, 더는 그때 하지 못한 말을 아쉬워하지 않고, 뱉어 버렸던 말을 후회하지 않고 내버려둘 수 있게 되었답니다. 갑자기 그렇게 되었다고요. 당신들과 나, 어느 한 쪽이 멍청하거나 나빠서 이리 된 게 아니라 관계의 유효기간이 다했을 뿐이라고, 이제 인정할 수 있어요. 확실히 오늘은 어제랑 다른 바람이 불지요? 하여 이제 나는 당신들의 안녕을 기원합니다. 어제와 다른 오늘의 바람은 훨씬 다채롭고 행복하네요. 비로소 나도 행복할 수 있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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