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Applepie Jan 10. 2024

여행중 든 생각

두 번째 방콕이다. 방학과 동시에 비행기를 탔다. 그냥 방학도 아니고 심지어 겨울방학이다. 종업을 했으니 이제 난 두달여의 시간동안 모든 업무와 책임에서 벗어난 것이다. 일정을 이렇게 잡은 것도 해방감을 극대화하기 위함이었다.

 그런데 난 여행을 와서도 얼마동안 '왜 해방감이 별로 느껴지지 않는가'를 고민했다. 직장 생각이 불쑥불쑥 났고 남편과 대화 중에도 우리반 아이들을 언급했다. 나는 그러는 나를 또 못마땅해하고 있었다. 작열하는 태양 아래 호텔 수영장 선베드에 누워 오늘 어디가야하지 생각하며 계획을 짜다 나 지금 뭐하는건가 싶어 폰을 닫았다.

 하루하루를 숙제처럼, 퍼즐처럼 탄탄하게 해야 할 일들로 짜놓아야 구멍이 나지 않는 날들이 분명 있었다. 지난 일상들이 주로 그랬고 학기가 시작하면 또 그럴 것이다. 그것에 너무 익숙해져 쉬라고 판을 깔아놓은 하루에도 그러고 있었다는 것을, 햇빛을 받아 반짝이는 물을 보며 깨달았다.

 내가 그토록 바빴기에 나는 이제 부장의 업무에서 해방이 되었고 육아시간이라는 혜택을 쓰느라(일찍 퇴근하기 위해) 일을 밀도있게 했던 것이었다. 대신 아이를 직접 하원시킬 수 있었지 않은가. 또 아이가 bts역을 가자고 졸랐기에 나는 그토록 하고 싶던 혼커를 하고 있다. 싫은 표정 없이 아이를 데리고 동네 구경을 시키고 내게 자유시간을 주는 남편이 있는 것도 내가 가진 행운인 것을.


​여행지의 나를 팔짱끼고 감독하고 있던 또 다른 나야, 이젠 너도 앉아서 함께 커피와 크로아상을 먹자. 난 이렇게 또 성장하며 괜찮은 사람이 되어가는 거겠지.

매거진의 이전글 나의 젊은 자동차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