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나면 달관에 이르게 되는 책

by 안경쓴슈달

바로 데이비드 이글먼의 [무의식은 어떻게 나를 설계하는가] 라는 책에 대한 한줄 감상평이다.



내가 나를 도무지 이해할 수 없어서, 나를 좀 더 알고 싶은 마음에 집어든 책이었다. 내가 왜 이렇게 행동하는지, 나는 왜 이런 것에 화가 나는지.. 그 원인을 알고 내가 나를 통제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그런데 다 읽고 나서 든 생각은, 결국 나는 나를 온전히 알 수가 없는 것이구나. 나를 100% 간파하겠다는 건 어쩌면 오만이었겠구나. 그 이유가 바로 이 책에 나온다. (아우구스티누스가 말하길, '나는 나의 모든 것을 알 수 없다')



저자는 대부분의 행동과 대부분의 결정이 의식에서 비롯된다는 것은 우리가 흔히 하는 착각이라고 말한다. 90%는 무의식이 관여하는 것이고, 의식은 그 무의식의 결정을 뒤늦게 알아차린 것이 우리가 하는 모든 행동과 생각과 결정의 과정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 무의식은 놀랍게도 유전적인 요소가 굉장히 많이 개입되는 부분이다. 이 책에서는 '사람의 됨됨이'조차 이러한 유전적인 것에서 결정될 수 있다고 말한다. 물론 양육의 과정에서 그 유전자를 어떻게 다루고 관리하느냐에 따라 같은 유전자를 가지고 태어난 두 사람이 전혀 다른 사람으로 변할 수 있다.



요즘 나에게 생긴 작은 변화는, 나와 타인은 명확히 '다른' 사람이라는 걸 인정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 와중에 읽게 된 이 책은, 그 인정에 조금 더 힘을 보태주었다. '인간은 모두 평등하다'라고 말하지만 생물학적으로 보자면 그 말은 틀린 것이다. 우리는 모두 평등하지 않게 태어난다. 우리가 가진 유전자, 환경 등 다양한 요인 때문이다. 그리고 그 요인으로부터 만들어지는 내 안에 무수한 뉴런들, 무의식의 영역. 시작부터 다른 인간이 비슷비슷하게 삶을 살아간다는 건 애초부터 불가능한 일이다. 그런데 나는 내가 남들보다 부족한 부분을 남들만큼 비슷비슷하게 혹은 더 채우려고 애쓰고 있었다. 애초에 유전자라는 것과 무의식이라는 건 내 눈에 보이지도 않고 만질 수도 없는 것인데 그게 쉽게 바뀔거라는 착각을 하면서 애꿎은 힘을 들이고 있던건지도 모른다. 이제는 방향을 바꿔서, 끙끙대며 나를 바꾸는게 아니라 나의 부족한 부분을 그대로 인정하고, 대신에 그 부분을 보완해줄 사람들과 이 세상을 살아가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리고 또 하나, 나의 직감과 직관을 조금 더 믿어보기로 했다. 실제로 이 책에서 나온 실험 사례로는 피험자들에게 카드 두 세트를 놓고 어떤게 더 나쁜 카드인지 고르게 했다. 열 세번째부터 피험자들은 직감적으로, 육감을 발휘해 나쁜 카드를 계속 골라내었다. 피험자의 의식보다 자율신경계가 먼저 통계수치를 알아차린다는 것이었다. 피험자가 나쁜 카드 위에 손을 올리면 자율신경계 활동이 솟구치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일종의 경고인 것이다. 그러나 전전두엽 피질이라고 불리는 뇌 앞부분이 손상된 환자들에게 동일한 실험을 했지만, 열 세번째가 지나도 전혀 어떤게 나쁜 카드인지 골라내지 못하였다. 직감, 육감이 인간이 유리한 결정을 함에 있어서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보여주는 실험 사례였다. 평소에 나는 내 직감과 직관에 의한 결정을 내리고 싶어하면서도 의식적으로ㅡ이 책에 의하면 이 말조차 오류인 것이다. 의식은 무의식을 따라가는 것이기 때문에ㅡ결정을 내리려고 노력했던 것 같다. 그걸 '이성적인 선택'이라고 하면서. 그런데 이 책을 읽고 나니 내 직관에 조금 더 힘을 실어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읽고나면 달관하게 된다는 의미는, 내가 그동안 애써왔던 것들이 대부분은 소용이 없는 것이라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거대한 자연 앞에 무력감을 느끼는 것과 비슷한 감정을 느꼈다. 내가 컨트롤 할 수 없는 무의식이라는 영역, 유전자라는 영역 앞에 나는 일개의 숙주(?)라는 살짝은 극단적인 생각이 들기도 했다. 뭣이 중허냐.. 이런 생각이 들었다. 성격을 바꾸고, 부족한 부분에 대해 자책하고, 비교하고, 채찍질하고.. 이러한 모든 것들이 내가 나를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했기 때문이고, 그 이유는 내가 타인과 같아질 수 있다는 착각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나니 난 지금까지 불가항력에 대항하고 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사소한 습관은 교정이 가능하겠지만 근본적인 '나'라는 사람의 성향이나 됨됨이, 장단점 등은 쉽게 바뀔 수 없기 때문이다. 10미터짜리 건물을 내 두 손으로 아무리 힘껏 밀어도 꿈쩍하지 않듯이, 어쩌면 내 유전자와 무의식은 그와 비슷하거나 더 어려울지도 모르는 것이다. 그러니 이제는 괜한 것에 힘을 빼기 보다는,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내가 가진 것 안에서 더 키우고 발전시키고 가꾸는 편을 택하겠다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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