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거짓말은 무엇이었을까
안녕이라 그랬어, 를 읽고
김애란 작가의 소설을 더 읽어보고 싶어 구매한 책
이중 하나는 거짓말.
처음 읽었을 때는 챕터에 따라 등장인물의 시선이 바뀌는 바람에
이 친구가 누구였더라? 인물을 파악하며 읽어야 해서
다 읽은 다음 날 다시 첫 페이지를 펼쳐 두 번 읽어보았다.
엄마와의 비밀, 비밀이라고 하기에 너무나 무거운 진실을 간직한 채 살아가려 애쓰는 채운,
믿을 수 없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부터 스스로를 가두며 살아온 소리,
그리고 갑작스러운 엄마의 부재와 그에 대한 오해로 혼란스러워하는 지우
이 책의 주인공들은 전부 10대이다.
안녕이라 그랬어, 의 주인공들이
대체로 나와 비슷한 연배의 사람들이었던 것과는 달리(그래서 더 몰입하고 공감하며 읽었던 것과는 달리)
이 책은 이제 단 하나의 거짓말과 비밀조차 가지지 않고서는
도무지 살아갈 수 없게 되는 나이인
고등학생들의 시선으로 (그럼에도 불구하고 덜 성숙한 어른보다 훨씬 더 성숙한 시선으로)
담담히 현실을 담는다.
이들의 담임을 맡은 선생님은 학기 초 자기소개를 하면서 다섯 문장으로 본인을 소개하되 그중 하나는 거짓말이어야 한다고 한다.
이건 꽤 괜찮은 자기소개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나 정도는, 거짓을 섞게 되면 나머지 네 문장에 관해서만큼은
적당히 진실이 아닌 아주 진실을 말할 수밖에 없을 것 같은 그런 마음이 들 테니까.
누군가에게 나를 이런 방법으로 소개하게 된다면,
나는 어떤 거짓말을 생각해 낼까.
그 거짓말은 어쩌면, 그저 그런 거짓말이 아니라
진실에 가장 반대되는, 그래서 진실을 유추할 수밖에 없는 그런 거짓말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누군가의 부재를 겪었거나 혹은 겪어나가면서
새로운 존재를 발견하거나,
방황을 거쳐 제자리로 돌아오거나,
혹은 아주 새로운 자리에서 출발하게 되는 그들의 이야기는
우리의 일상과 전혀 다르지 않다.
그리고 이중 하나는 거짓말을 섞어 자신을 소개하는 모습 역시도
어쩌면 우리들을 투영하고 있는 것 같다.
내가 숱하게 쏟아내는 말과 시선들 중에
적어도 하나는 내 스스로가 확신하는 거짓말이었을 테지.
책 주인공들처럼 거짓말과 거짓말이 서로를 도와 가까워지는 경우도 있었을 테고,
반대로 거짓말과 거짓말이 만나 서로를 헤어지게 만드는 경우도 있었을 것이다.
살면서 누구나 비밀을 간직하고 산다.
때로는 누군가의 비밀의 대상이 된다.
나 역시도. 그렇게 비밀을 간직하고 거짓말을 하면서
누군가를 지키고 누군가를 버린 적이 있으니
결국, 이 책은 우리 모두의 이야기이다.
그래서, 그리하여 이 책의 주인공들이 간직한 비밀이
더 이상 이들을 파괴하거나 괴롭히지 않고
그저 더 성장하게 도울 수 있는 그런 계기가 되기를
소망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