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쉬는 틈을 이용해서...
내가 글을 쓰는 곳은 해병 2사단 영내이다. 군 인성 강의차 사단으로 들어왔는데 김포에 유실된 도로가 많아 전원이 지원 병력으로 차출되어 나갔다.
아무래도 오전은 강의가 어려울 것 같아 재단 본부에 타전하고 오후부터 강의를 하기로 했으니 오후는 전쟁터를 방불케 할 치열함으로 강의를 해야 한다. 수련하는 실습 강사와 함께 들어와서 오늘 할 강의에 대한 논의를 짧게 하고 글을 쓰고 싶어 노트북을 열었다.
요즘 군대는 경비가 강화된 듯하다. 위병소에 신분증을 제출하고 차량에 블랙박스 전원이 꺼졌는지 확인한 뒤 군 간부의 확인을 거쳐 출입증을 받는다. 그리고는 핸드폰에 보완 프로그램을 다운로드하여 실행한 뒤 차를 가지고 사단 안으로 진입한다. 진입 시에 차량 창문을 열고 내부에 문제 되는 것은 없는지 확인하면서 다시 보완 프로그램 작동여부에 관한 확인을 받고 들어가게 된다. 위병소에서 이렇게 소요되는 시간이 대략 10분 정도 되다 보니 다른 때보다 일찍 목적지로 가야 한다.
밤새 내린 비로 거리에 물이 찰랑찰랑하는 것이 여기저기서 목격이 되어 긴장이 되기도 하고 무사히 사단에 도착해야 해야 한다는 생각에 어깨가 경직되어 왔다. 6차선 도로 중 4차선이 물에 잠긴 곳이 눈에 들어오는 찰나에 내비게이션이 우회도로로 차를 돌렸다. 7시 50분 도착 예정으로 되어 있었는데 다시 보니 8시 30분 도착예정으로 변경되어 있었다. ‘무엇인가 잘못되었다.’ 싶어 군 간부님과 통화 후 막히는 길을 답답한 마음으로 갈 수밖에 없었다.
사단에 도착하여 출입 절차를 거친 후 간부님께서 “교육 대상인 중대 전원이 유실 도로 복구에 차출되어 오전에 교육이 어렵겠습니다.”라고 하시며 머리를 긁적거리신다. 그렇다고 놀 수는 없어서 오후 강의를 준비하기로 한 것이다. 우리가 강의하는 곳은 컴퓨터와 도서관이 함께 있는 장소로 일부는 책을 읽고 일부는 컴퓨터로 무엇인가를 한다. 오전에 업무가 없는 해병님 몇 분이 자리에 앉아 조용히 책을 읽고 있어 우리도 조용히 노트북을 꺼내 들고 각자 작업을 하고 있다.
가끔 군에 들어오면 이런 ‘특이사항’이 발생하여 예상치 못한 휴식을 하곤 한다. 지금이 그 시간이다. 잠시 후면 해병님들과 점심 식사를 할 것인데 요즘 군 식사가 그렇게 맛있다. 시설도 좋아져서 18개월 간 고생하는 군 장병들에게 고생거리가 좀 줄지 않았나 싶다. 그래도 군대는 군대라고 이런 말을 쉽사리 건네었다가는 해병님들 마음이 상하니 이런 생각은 속으로만 한다. 자식 같은 군인들을 바라보는 눈에 안쓰러움과 뿌듯함이 교차한다.
오후강의도 혼신의 힘을 다 해야지...
폭우로 피해받는 국민이 많지 않기를... 유실 복구 나간 군 장병들이 안전하기를 바라며 오후 강의를 준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