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shington Monument
필자가 중학생일 무렵, 영화 포레스트검프에서 처음 봤던 워싱턴 기념탑(Washington Monument)은 그저 단순히 공원 한가운데 세워진 거대한 오벨리스크, 돌기둥이라고 생각하며 지냈는데,
스파이더맨: 홈커밍에서 내부 엘리베이터를 타고 꼭대기에 올라가는 장면을 보고 난 뒤에서야 단순한 오벨리스크가 아니라 전망대 역할도 한다는 걸 알게 됐다.
https://youtu.be/uKPYh7nm_t8?si=B5WIkIxLgPBCGUHd
이번 워싱턴 여행 때 백악관 및 링컨기념관 등을 내려다볼 수 있는 기회를 놓치기 싫었던 필자는
여행 둘째 날 워싱턴 기념탑에 올라가기 위해 30일 전에 미리 예약을 해놨지만, 하필이면 그날 비 예보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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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필이면 전망대에 올라가기로 한 날 비 예보라니! 일기예보가 빗나가길 빌었지만, 불길한 예감은 언제나 어긋나지 않는 법,
새벽산책 후 숙소로 오는 길에 한두 방울씩 떨어지기 시작한 빗줄기가 금새 굵어지기 시작했다.
워싱턴 기념탑 입장을 위해선 30일 전과 1일 전 오전 10시에 홈페이지를 통해 예매해야 했는데,
비 소식이 없는 다음날 티켓을 예매해보기 위해 홈페이지에 접속해 봤지만, 다들 필자와 같은 마음이었을까? 1초 만에 전부 매진 돼버렸다.
결국, 비가 오더라도 선택의 여지없이 오늘밖에 올라갈 기회가 없었던 필자는 가족들과 함께 워싱턴 기념탑으로 이동했다.
표를 보여주고 입장하자마자 입구에 있는 보안검색대를 통과하니,
미국 초대 대통령인 조지 워싱턴을 기념하기 위해 지어진 기념탑이라는 걸 상기시키기라도 하듯 큼지막한 초상화가 새겨진 엘리베이터가 눈에 들어왔는데,
엘리베이터 홀 바닥에는 조지 워싱턴의 장려식 추모사에서 유명한 문장이었던 ‘First in war, First in peace, and First in the hearts of his countrymen’이 새겨져 있었고, 벽에는 해당 추도사가 적혀있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꼭대기로 올라가면 동서남북 4방향으로 뚫린 창문들을 통해서 워싱턴 D.C. 시내를 내려다볼 수 있었는데,
워싱턴 D.C. 의 모든 건축물은 워싱턴 기념탑보다 낮게 지어야 했기에 수도임에도 불구하고 눈에 띄게 높은 건물은 보이지 않았다.
꼭대기에서 워싱턴 시내를 한참 내려다본 뒤, 한 층 걸어내려가면 워싱턴 기념탑의 역사에 대한 흥미로운 정보들을 볼 수 있는 박물관이 있었다.
이렇게 워싱턴 기념탑을 보고 나오니 오히려 맑은 날에도 올라가 보고 싶은 욕심이 생겨 다음날 아침 선착순으로 배부하는 당일 티켓에 도전해 보기로 결심했다.
티켓 배부 시간이 아침 8시 45분이라는 글을 봤지만, 훨씬 전부터 줄 서야 한다는 얘기도 있었고, 특히 전날 비가 온 탓에 사람이 더 몰릴게 예상됐기에 7시 반쯤 워싱턴 기념탑 입구에 도착했더니 이게 웬걸, 벌써 와서 기다리는 멕시코 커플이 있었다.
2등이라는 안도감에 일출도 구경하며 짧은 영어로 멕시코 커플과 잡담하며 시간을 때우는데, 더 이상 사람이 늘어나지 않는 게 이상해서 둘러보니 저 아래 건물에 사람들이 잔뜩 몰려있었다.
아뿔싸, 하며 멕시코 커플과 재빨리 이동했더니 이미 수십 명이 줄 서있는 게 아닌가.
새벽부터 추위에 떨었지만 엉뚱한데서 기다려 티켓을 못 받는 게 아닌가 걱정했지만, 다행히 원하는 시간의 티켓을 받을 수 있었고, 기쁜 마음에 인증샷까지 찍어놨는데,
3시 30분에 워싱턴 기념탑에 도착해 보니 돌풍으로 금일 관람이 전부 취소됐다고 한다. 젠장
전날은 비, 오늘은 돌풍이라니. 여행 일정 기가 막히게 잘 잡았다는 아쉬운 생각에 속이 쓰렸지만,
비가 온 어제라도 올라간 게 다행이라고 위안 삼으며 아이들의 점프샷으로 워싱턴 기념탑 구경을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