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tal Eclipse
일식이란 지구 주위를 공전하는 달이 태양을 가리면서 생기는 현상인데,
지구가 태양을 공전하는 궤도보다 달이 지구를 공전하는 궤도가 5도 기울어져있기 때문에 자주 접할 수 있는 현상이 아니다.
게다가 달이 태양의 일부만 가리는 부분일식이 아니라 태양을 완전히 가리게 되는 개기일식, Total Eclipse 같은 경우는 더더욱 그렇다.
이러한 개기일식은 태양이 달보다 400배 큰 동시에 지구로부터 정확히 400배 멀리 떨어져 있어서 가능하지, 달이 조금만 더 크거나 작거나, 가깝거나 멀었다면 불가능했을 천체현상이라는데,
이렇게 행성과 항성, 그 위성이 이렇게 정확한 비율로 놓여져 서로 공전한다는 건 우연이라도 가능성이 제로에 수렴한다는 얘기도 있으며,
달이 인공구조물리라는 루머의 근거 중 하나가 되기도 한다.
각설하고, 이 진기한 천체현상이 2024년 4월 8일 멕시코부터 북미를 관통해 진행될 예정이고,
때마침 필자가 거주하는 지역 인근도 통과한다는 소식에 흥분해서 2월부터 태양관측안경을 사놓고 기대하고 있었다.
이렇게 기대하는 건 비단 필자뿐만이 아니라, 이 지역 공립학교들은 월 하루씩 쉬는 PA데이를 개기일식 당일로 진작에 변경했으며,
교육청 관할이 아닌 사립학교들도 개기일식 관측을 위해 날짜를 변경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관광지에다 일식 경로의 중심에 위치한 나이아가라 지역은 100만 명 이상이 몰릴 걸로 예상돼 비상사태까지 선포됐으며,
https://www.cbc.ca/amp/1.7159987
뉴욕주의 교도소에선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개기일식 시간 동안 폐쇄하기로 결정했다가, 이에 재소자들이 소송을 진행해 승소했다는 흥미로운 기사도 보였다.
https://www.nbcnews.com/news/amp/rcna146505
이런 개기일식은 현지 주민들 뿐만 아니라 타 지역 사람들이 관측을 위해 몰릴 거라는 건 에어비앤비 예약현황만 봐도 쉽게 알 수 있었는데,
이는 50개의 슈퍼볼 게임이 동시에 열리는 것과 같이 약 10억 달러(1.3조 원)의 경제적 효과가 있을 걸로 예상된다니 실로 어마어마한 이벤트가 아닐 수 없다.
일식을 보기 위해서 준비해야 할 가장 첫 번째는 관측도구를 구비하는 것이다.
가장 손쉬우면서도 필수로 준비해야 할 준비물은 태양빛의 99.997%를 차단하는, ISO 12312-2 인증을 받은 태양관측안경(Solar Glasses)이다.
간혹 태양관측안경이 없을 경우, 셀로판지나 그을린 유리, 선글라스, 예전 플로피디스크, 과자봉지 등으로 급조하는 여러 방법이 공유되는데,
눈에 보이는 가시광선은 효과적으로 차단해 주겠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다른 파장의 빛(자외선 등)에는 효과가 없어 자칫 망막이 손상될 수 있으니 사용에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태양관측안경도 마찬가지로 위에 급조한 방법들보단 안전하겠지만, 장시간 계속 쳐다보는 건 위험할 수 있으니 중간중간 눈을 쉬어주는 게 좋다고 한다. (1~2분 보고 30초 쉬는 등)
또 다른 방법은 핀홀카메라의 원리를 이용해 핀홀관측장비를 만드는 건데, 태양을 직접 보지 않으니 안전하다는 장점이 있다.
태양을 관측하기 위해 준비해야 할 두 번째는 관측지 선정이다.
관측지 선정을 위해선 넓은 공터를 찾은 뒤 그 장소가 Total Eclipse인지, Partial Eclipse인지 정보를 확인해야 하고,
일식으로 해가 가려지는 모습과 시간을 미리 시뮬레이션 해봄으로 마음의 준비를 할 수 있다.
이때 여유가 있다면 수 km씩 떨어진 서너 군데의 후보지를 파악해 두는 게 좋다.
마지막으로 확인해야 할 사항은 바로 날씨다.
비, 특히 비 소식이 없더라도 구름이 태양을 가리면 말짱 도루묵이라, 일기예보어플을 이용해 일식 시간의 구름 예보를 확인한 뒤, 위에서 파악해 둔 관측지 중 어느 곳으로 갈지 최종 선정해서 이동해야 한다.
추가로 일식 시작부터 종료까진 약 2시간이 넘게 걸리니 자녀가 있는 가족은 자녀가 놀만한 곳(놀이터나 공원 등) 중에서 찾으면 좋고,
동영상 촬영을 계획한다면 삼각대와 보조배터리까지 챙겨야 한다.
필자의 핸드폰은 광학줌조차 없어서 촬영엔 미련두지 말고 집 근처에서 간단히 보고 올 계획이었는데, 점심이 지나도 하늘엔 구름이 상당히 많이 껴있었다.
필자가 애정하는 Windy어플로 확인해 보니 반경 40km의 구름 농도는 필자의 집과 비슷한 50% 전후로 나오는 게 아닌가?
이러다 개기일식이고 나발이고 구름만 보다 끝나겠다 싶어서 아이들을 끌고 어플 상 구름 농도가 20%로 조회되는 가장 가까운 도시를 향해 출발했다.
50km 정도를 달려도 구름이 그대로라 걱정했는데,
도착지가 10km 정도 남았을 때부터 구름 사이로 푸른 하늘이 보이기 시작하더니, 다행히도 목적지에 도착할 땐 구름이 거의 사라졌다.
없는 장비로나마 구색을 맞춰 계획해 둔 셋팅대로 핸드폰 카메라에 태양필터를 붙인 뒤 삼각대에 거치해 태양을 찍었고,
예전에 사봤지만 쓸모없었던 핸드폰용 망원렌즈는 박스에 꽂아 태양그림자를 만들었다.
마지막으론 아이들과 함께 만든 핀홀 박스까지 꺼내서 셋팅해놓고 여유 있게 태양관측안경을 착용하고 개기일식을 감상했다.
예정된 시간이 다가오자 달이 태양을 가리기 시작해 날이 점점 어두워지고, 가로등 불빛이 켜지기 시작했으며,
해가 거의 다 가려져 손톱처럼 보이기 시작할쯔음엔 기온이 순식간에 내려가 싸늘해졌는데, 그 몇 분 가려졌다고 이렇게 기온이 떨어지다니, 태양의 소중함을 새삼 느끼게 되는 순간이었다.
곧 태양의 그 손톱모양마저 점점 작아지더니 마침내 달이 태양의 정 중간에 위치해 태양을 완전히 가려 어두워졌다고 생각한 순간,
태양의 코로나가 달 주위로 뿜어져 나와 반지 모양으로 빛나기 시작했고, 주변 사람들의 감탄과 환호성이 들렸다.
불과 1~2분이 흘렀을까? 달이 태양의 중심에서 벗어나기 시작하자 가락지 모양의 태양이 다이아몬드 반지의 형상으로 변하는데, 이 순간도 역시 잊지 못할 순간일 테다.
https://youtu.be/Zto3TcfB_oI?si=f43qU8otfO3-0wT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