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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솜 Jan 30. 2023

3. 어머 너무 인상이 좋으시다. 말씀 좀 들어볼래요?

[출판인 프리랜서]


   

책을 만들며 온전한 생활을 유지하면 좋으련만, 세상사 녹녹지 않다. 책 제작 수요가 있어야 작업이 시작되니, 쉽게 물건 사듯 ” 저 이거 주세요. “ 가 안 된다. 한번 일을 시작하면 굉장히 호흡이 길어 중도에 포기하는 친구들도 많다. 그만큼 글이 나오기까지 인내하고 디자인까지 해야 할 작업이 한두 개가 아니다. 이렇게 프리랜서 생활을 한 지 거의 2년이 다 되어 간다. 그 사이 부업으로 카페 아르바이트, 과외 선생님, 강의, 학원 보조 쌤, 커뮤니티 모임 운영 등 다양한 일을 병행했다. 그중 평일 낮은 카페를 지키며 손님을 맞이한다. 직장을 다니는 친구들은 자신만의 일을 하는 날 부러워하는 눈치다.      


”나도 이런 곳에서 눈치 안 보고 책 읽고 커피 마시고 사색하고 싶어. 너무 낭만적이다."      

“ 과연.....? ”      


한적한 주택가 1층에 위치해서일까? 평일 낮 반갑지 않은 손님들은 매번 찾아오고 매장으로 반갑지 않은 전화가 자주 온다. 다들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한 홍보나 친근감을 가장해 접근한 후 전도를 시작한다.      

조용한 시간에만 일부러 찾아오는 건지, 이단이라고 소문난 교회부터 이단 종교 신문 전달, 플랫폼 영업사원들의 무작위 방문, 카페 문을 열자마자 ‘참외’를 사라며 구입을 강요하는 트럭 장사 아저씨까지...... 다들 자신이 원하는 것을 취하기 위해 영업장으로 들어오는데, 사장이 아닌 나조차도 너무 불쾌해 잊히지 않았다.      

오프라인에서 호객 영업이 끝나면 한 번씩 울리는 전화벨 소리에 고객님인지 업자인지 구별할 수 없는 010 전화!  

    

“ 네, 안녕하세요. 000입니다. ”      

인사가 끝나기가 무섭게 들리는 광고업체들의 말     

“ 안녕하세요. 사장님 ”.      

똑같은 이야기 시작의 종소리가 다시 울린다.   

  

“ 우리 업체는 다른 업체랑 달라요. 광고비 부담 없이 무료로 제공해드립니다. 연 매출 4천만 원 넘지 못하면 환불해드리고요. 계약서에 다 기재해드려요. 한 번만 믿어주세요. 저희 정말 큰 업체인데 영상통화로 지금 사무실까지 보여드릴 수 있어요. 매니저님 매출 상승 증거자료도 카톡으로 보내드리겠습니다. 저희도 이 정도 조건이면 봉사예요. ”     

“ 괜찮습니다. 저희는 업체 쓸 생각이 없어요.”     

“ 이렇게 좋은 기회에 혜택받아보시라고 전화드리는 거예요.”   

  

거절에도 절대 끊지 않는 전화......      

‘그렇게 좋은 혜택이면, 전 소상공인이 성공하겠군. 곡 소리하는 사장님들도 없고’      

안 끊는다. 정말이지. 이건, 영업방해죄다. 계속 말하는 영업사원. 

험한 소리와 함께 뚝, 끊어버리고 싶다.     

‘수신 차단’      

‘휴... 한두번도 아니고 참 괴롭다.’     


업체에서 말하는 광고비 무료는 자신들 계정에서 블로거들을 모아주거나 인스타 인기 게시물에 올라갈 수 있도록 하는 것. 시작은 무료지만, 월 관리비라는 명목으로 한 달에 12만 원 총 1년 계약으로 목돈 144만 원을 지불하는 구조다. 할부 납부가 가능하지만, 하루 매출에 웃고 우는 소상공인에게는 작지 않은 돈, 홍보에 정말 자신이 있다면 계약금만 받고 매출이 오르고 난 후 정산은 어떨까? 그들만의 운영 방침이 있겠지만, 전혀 구미가 당기지 않는 제안이다. 매번 방문하는 블로거들에게 제공하는 음료 및 디저트 비용도 전부 부담해야 한다는 것. 절대 바로 진행할게요. 라는 말은 쉽지 않다.

      

진땀을 뺀 통화를 끝내고 나니 손님이 들어온다. 들어올 때부터 눈빛이 반짝거리는 것이 심상치가 않다. 어떤 목적이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을 구별하는 통찰력은 직장생활 10년의 경험치로 장착되어 있으니, 뭔가 찝찝했다.      


“ 어머, 너무 이쁘다. 눈이 어쩜 이렇게 예뻐? 이 카페 저번에 왔는데 커피 맛있어서 친구 데리고 왔어요. 어머 너무 분위기 좋다. ”      

‘ 뭐지, 이 하이텐션은? ’  

    

친구랑 커피 한 잔 마시러 오면서 가게 사장에게 이렇게 칭찬과 호감을 표시하는 경우 많지 않다. 다들 들어와서 주문하고 제 자리로 가거나, 조용히 기다렸다가 포장해서 나간다. 유독 눈을 빤히 보거나 말 한마디를 더하기 위해 작업대를 서성인다.   

   

“ 어머, 언니 인상이 너무 좋다. 사장이에요? ”  

    

갑자기 신상 정보 질문이 쏟아진다. 본인 아이가 초등학생인데 책을 싫어한단다. 이런 북카페에서 책을 읽히면 좋을 거 같은데, 엄마 말은 안 듣고 걱정이라며 선생님 할 생각이 없는지, 우리 아이 3학년 올라가는데 책을 잘 못 읽어. 등 궁금하지도 않은 자신의 정보를 쏟아낸다.      

칭찬에 약하지 않은 나, 무덤덤하고 타인의 의도를 잘 보는 나인지라 불길한 예감이 들어서 

신경을 곤두세웠다.    

  

“ 아, 네.. ”      

‘ 뭘까? ’     


친구들과 담소를 나누고 나가는 그들. 나가는 길에 빠른 속도로 내미는 설명서. 

    

[성경 이야기, 우리는 성경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가?]     

‘ 성경?? ’     

불길한 예감은 적중이다. 

     

“ 어머, 이 집 커피 너무 맛있다. 다음번에 또 올게요. 그때는 말씀 좀 들어봐요. ”     

“ 네 에? ~ ”      

긍정과도 같은 나의 대답.      

그로부터 일주일 뒤 웃으며 들어오는 그들.     


“ 그때 말씀 듣는다 해서 커피도 한잔할 겸 왔어요. 

  따뜻한 아메리카노 2잔이랑 사케라또는 뭐예요? 빵도 하나 줘봐요.”      

주문하는 손님이다. 하지만 불청객이다. 

     

............      


그 뒤로 매번 말씀 주머니인 아이패드를 들고 매주 방문했고 조용한 카페에 혼자 있을 때 또 불쑥 오지 않을까 싶어 불안했다. 두 눈 부라리며 불편하다고 관심 정말 없다고 말한 뒤, 그 무리는 말끔히 시야에서 사라졌다. 별일은 참 차고도 넘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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