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선을 탓하며 위선을 써내려가는 아쉬운 책’
초반은 멸종저항이라는 과격한 단체의 행동을 통해 그들을 비판하고, 그들의 터무니없는 행동을 타겟으로 공격을 가한다. 그렇기에 이 책은 독자에게 강한 공감의 끈을 만들고 멸종저항의 메시지를 비난하면서 저자가 앞으로 주장하고자 하는 바에 동질감을 느끼게 유도를 한다. 저자의 주장에 고개를 끄덕이며 흔히 환경론자의 도덕심에 우리는 그러지 못하다는 부족함을 느끼며 열등감을 느꼈던 감정에 어느 정도 위안을 얻는다. 그러나 장을 계속할수록 저자의 주장에 자연스레 의문을 가지게 된다.
책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지역은 콩고이며 대부분은 비룽가국립공원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특히 책에서 넷플릭스 다큐<비룽가>를 언급하며 마운틴고릴라를 위해 인간의 삶이 피폐해져도 되는 지 질문을 던진다. 중간에 책을 잠시 덮고 다큐를 보지 않을 수 없는데, 다큐를 보고 나면 상반된 주장에 의문을 갖게 된다. 이 책에서 런던에 본사가 있는, 신뢰할 수 있는 회사로 소개된 소코(SOCO)는 다큐 <비룽가>에서의 실상과 달리 철저하게 배제되고 있다. 비룽가국립공원의 석유개발과 관련이 깊은 소코를 딱 한번 언급하며, 그들의 관리없이는 난개발이 우려된다는 의견을 타인의 입을 통해 대변한다. 또한 석유 채굴이 마운틴고릴라의 서식지와 관련이 없다고 주장하지만, 정작 석유 채굴의 면적이 비룽가 국립공원 절반에 걸쳐 이뤄질 것이라는 점은 전혀 언급하지 않는다. 저자의 주장에 반박이 될 주요 기업인 소코는 인덱스에서조차 제외되어있다. 저자의 주장을 위해 일부러 사실을 숨기거나 왜곡하는 사실에 의문을 가질 수 밖에 없다.
책의 흐름을 계속 따라가면 고밀도에너지의 사용을 주장하기 위해 본질을 숨겨가며 작은 문제를 극단적으로 키워서 유도함을 느낄 수 있다. 고밀도 에너지 사용에는 동의하지만, 그러기 위해 무분별하게 파괴되는 실상을 언급하지 않거나 축소하여 마치 별 것 아닌 피해로 오해하게 만든다.
그렇게 수많은 인용을 통하지만, 저자가 원하는 부위만 선택, 발췌를 하여 검증력이 있는 보고서를 왜곡하여 전달하는 사례가 곳곳에서 드러난다. 원전에 관련하여 방사능 피해자를 셈에 있어 1차 피해자만 언급하고 2차 피해자는 일부 특정 병에 한정하여 그 피해를 축소화하는데 그치고 있다. 그래서 원전을 다루는 장은 유독 다른 장보다 주장의 근거가 비약하며, 결국 모든 장에 걸쳐 반박의 근거에 되질문을 하지 않을 수 없게 한다.
끝까지 따라가보면 결국 이 책은 원전 찬성론자의 자기 변호에 불가하지만, 그나마 좋게 볼 수 있는 점은 적어도 현실적인 환경운동의 태도를 다시금 생각하게는 한다는 것이다. 위험을 인식하지 못하게 만드는 해결책은 아쉽지만, 모든 장에서 다루는 요소에 대해서는 다시금 생각해볼만한 필요성을 재기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