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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효목 변호사 May 20. 2022

누구도 그녀를 때릴 수는 없다.

상담 테이블에 앉은 3명의 여성들


이혼 상담을 하다보면 많은 분들을 만납니다. 이혼 소송을 하려는 아내 또는 남편만 와서 이혼 상담을 받고 가는 경우가 제일 많습니다. 아무래도 부부간의 내밀한 이야기를 누군가에게 해야 하니 혼자서 계속 고민을 하다가 이혼전문변호사 상담을 받는 경우에 해당합니다. 다음은 어머니, 형제, 자매, 또는 친구와 함께 이혼 상담을 받는 경우입니다. 이혼 고민을 가까운 사람에게 털어 놓고 이혼 상담을 받아보아야겠다고 결심한 경우입니다.  



아주 가끔 3~4명 정도가 함께 이혼 상담을 받으려고 오는 경우가 있는데, 보통 부모님을 모두 모시고 오는 경우입니다. 딸이 혼자 이혼 상담을 받으러 가는 것이 떨려서 부모님께 함께 상담 받으러 가자고 하는 경우도 있고, 반대로 부모님들이 딸이 걱정되어 주도적으로 이혼 상담을 신청해서 같이 데리고 오는 경우도 있습니다. 어느 경우든 그렇게 자주 일어나는 일은 아니기 때문에 처음부터 가족들이 함께 이혼 상담을 받으러 온 경우는 특히 기억에 남습니다. 



하루는 상담 테이블 맞은 편에 3명의 여성이 앉아 있었습니다. 이혼을 하려는 딸, 그녀의 엄마, 그녀의 이모였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이혼을 결심하게 된 사유가 심각한 사례들이 많아 이혼 상담 경험이 많은 저도 긴장을 하게 됩니다. 이미 엄마와 이모까지 이혼 사유가 알려진 경우라서 아내만의 문제가 아니라 집안의 문제가 되어 버린 것이기 때문입니다. 






얼굴에는 폭행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이혼을 하려는 그녀의 얼굴에는 남편으로부터 폭행을 당한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었습니다. 남편의 폭행 정도가 얼마나 중한지 바로 알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외견상 폭행 정도가 심할 정도에는 이혼 상담의 속도는 빨라집니다. 다른 일반적인 내용을 묻기도 전에 질문을 던집니다. "이혼을 결심하셨나요?"



그녀는 결혼한지 얼마 되지 않아 남편으로부터 폭행을 당하였다고 하였습니다. 처음에는 술에 취해서 그런가보다 하고 넘어갔고, 그 다음부터는 자신도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그저 폭행이 지나가기만을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고 했습니다. 그녀의 심리상태는 완벽하게 남편으로부터 지배당한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며칠 전 가장 심한 폭행을 당하여 병원 응급실에 실려갔고, 이제는 혼자만의 고민을 넘어 엄마에게 도움을 구해야만 했던 단계였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그녀는 이혼을 결심했습니다. 




사람이 사람을 때린다는 것


그녀는 단지 남편으로부터 사랑받고 싶었다고 했습니다. 그녀는 단지 예쁜 아이들을 낳고 남편과 행복하게 살고 싶었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남편에게서 돌아오는 것은 애정과 배려가 아닌 폭행이었습니다. 



혼인생활이라는 것은 항상 행복한 꽃길만을 걷는 것은 아니라서 때로는 남편과 아내가 다툴 수도 있습니다. 때로는 서로 험한 말을 주고 받을 수도 있고, 서로에게 상처주는 말과 행동을 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저는 남편이 아내를 폭행한다는 것은 절대로 있을 수가 없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람이 사람을 때린다는 것은 더 이상 그 사람을 사랑과 애정의 대상으로 보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심지어 길을 지나가다가 살짝 몸을 부딪힌 사람에게도 우리는 '죄송하다'고 사과를 합니다. 그런데 자신이 사랑했던, 함께 살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던 사람을 때린다는 것은 많은 것을 이미 포기한 상태입니다.  그 남편이 포기한 것은 바로 자신이 남편이라는 지위, 더 나아가 자신이 사람이라는 인식. 바로 이 중요한 두 가지를 모두 내팽개쳐버린 것입니다. 




남편에 대한 이혼 청구의 소



남편의 폭행에 대한 여러 증거들과 남편의 또 다른 유책행위에 대한 증거들을 정리하여 이혼 소장을 작성하여 가정법원에 제출하였습니다. 



남편 역시 변호사를 선임하고 이혼 소송에 대응하였습니다. 남편은 소위 맞소송이라고 하는 이혼 반소의 소를 제기하면서 혼인파탄은 아내의 잘못 때문이라고 주장하였습니다. 그리고 자신이 아내를 때린 것은 잘못한 것이지만 아내가 맞을만한 짓을 했다고 하였습니다. 



만약 아내가 큰 잘못을 하였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남편이 아내를 폭행해도 된다는 면죄부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아내의 잘못은 그대로 그 책임을 지면 되는 것이지, 남편이 마음대로 아내를 때려서 그 책임을 지게 할 수는 없는 것입니다. 그렇게 남편의 억지 주장에 반박을 하면서 결국 그녀의 이혼 사건은 만족할만한 결과로 끝이 났고, 이제 그녀는 폭행을 하던 남편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한참 시간이 지난 후 우연한 기회에 그녀의 안부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자상하고 배려심 많은 남자친구가 생겼다는 그녀는 행복해보였습니다. 누군가에게는 그저 폭행의 대상이었던 그녀는, 이제 누군가에게 아름다운 꽃보다 더 아름다운 사랑스러운 대상이 되었습니다. 




내가 사랑받을만한 사람이라는 믿음



그녀에게는 '자신이 사랑받을만한 사람'이라는 믿음이 있었습니다. 그 믿음이 있었기에 더 이상 남편의 폭행을 참지 못하고 그녀의 엄마에게 모든 문제를 털어 놓을 수 있었습니다. 그 믿음이 있었기에 그녀는 이혼을 용감하게 결심할 수 있었고, 그 믿음이 있었기에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다시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었습니다. 


이혼전문변호사로서 사건들을 수행하며 확신하게 되는 명제들이 있습니다. 바로 내가 사랑받을만한 사람이라는 믿음만 있다면 그 어떤 어려운 시기도 버텨낼 수 있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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