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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봄 Jun 19. 2024

제왕절개 수술 후 눈을 떴는데 모르는 할머니가?

난 결혼 후 합가해서 10년간 시어머니와 함께 살았다. 첫 아이를  출산하기 전, 시아버지가 당신이 은퇴  적적해서 아이 돌보면서 노후를  보내고 싶다고 같이  살자고 하셔서 첫아이를 낳자마자 시댁으로 들어가 살게 되었다, 물론  전에  충격적인 사건이  나 있었으나 그 이야기는 연재'1부'에  올려  놓았으므로 여기서는  생략하기로 한다.

 

늦게 결혼한 필자와  의욕만 가득했던 시부 '양육'이란 것에 무지해 내린 결론이라 하겠다. 그즈음  난 창업을 시작해 하루에 평균 12시간씩 일을 할 수밖에 없었기에 시부의 제안이 더 달콤했는지도 모르겠다.  베이비시터 비용 아끼면서 할아버지의 사랑도 듬뿍 받을 수 있는 조건이라면 괜찮을 것 같았다. 무식해서 용감했다.


물론 산후조리원  퇴소를 일주일 남기고  상상초월의 잔혹사가 펼쳐져 결과만 말하자면  급하게 모셔온 베이비시터와 장장 4년간 같이 살았고 어머어마한 비용은 오롯이 내 몫이었다.


지금부터는 둘를 낳은 날 벌어진 에피소드를 하나 소개하고자 한다. 무서운 이야기는 아니니  노약자와 임산부가 읽어도 무방하다.



첫째 아이를 제왕절개해서 출산했기 때문에 둘째도 수술을 해야 했다. 나는 그 당시  한식당을 운영하고 서  노산에 둘째이지만 매우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임신 8개월 차에 접어들 무렵...


일요일 오후 잠깐 식재료를  확인할 것이 있어서 남편과 차를 타고 매장에 들러야 했다. 매장 근처 거리를 지나가는데 갑자기 배가 몹시 아파왔다. 이상했다. 평상시와 다른 종류의 통증이었다. 뭔가 묵직한  것이 하복부를 짓누르는 듯한 느낌으로 참기가 어려웠다. 마침 근처의 산부인과 전문 병원이  었다.


남편이 이상하다며 근처 병원 응급실이라도 가보자고 했다.  


병원에 가니 예상과 다른 일이 펼쳐졌다.


"전 일이 있어서 가봐야 하는데요? 입원이라뇨?"


"산모님, 의사 선생님이 입원해서 검사를 해봐야 하신대요."


입원을 한 후 검사를 해야 한다니 통증도 조금 가라앉았는데  무슨 일인지 말이나 먼저 해주지도 않고 갑자기 입원을 하라니... 할 일이 많은데...



산부인과 침대에 누웠더니 검사 장비를 내 주변에 잔뜩 갖다 놓고 간호사 선생님들이 분주히 움직였다.


남편이라도 가서  내 대신 일을 했으면 해서 난


"여보, 자기라도 가서  식재료 확인 좀 해줘."


"......."


남편은 잔뜩 긴장했는지 말이 없었다. 8개월 차에 통증이 평상시와 다르게 심해져 잠깐 진료를 받으러 왔는데 갑자기 입원을 하라고 하니 그도 깜짝 놀란 모양이었다.


"여보! 자기라도 가게에 가 봐... 난 괜찮아..."


" 의사 선생님 만나고 갈게."


남편의 말이 떨어짐과 동시에  의사와 간호사 선생님이 뛰어 들어왔다.


"저기!  산모님!"


" 네. 그렇지 않아도 뭣 좀 물어볼게요,.. 저기 남편은 가도 되겠죠? 일이 있어서요."


"산모님! 무슨 말씀이세요? 지금 아가가 나오려고 합니다!!!"


"네?"


 너무 놀랐다. 8개월 밖에 안 됐는데...의사 선생님은 내가 원래 다니던 산부인과로 전원을 가야 한다고 했다. 모든 게 급박하게 이루어졌다. 환자복을 입은 채로 10여분 뒤 엠블란스로  옮겨졌다. 뱃속의 아가와 엠블란스를 타고 원래 다니던  산부인과 병원으로  가면서 별의별 생각들이 머릿속을 스쳐갔다. '8개월 밖에 안되는데 얘는 왜 나오려고 하나. 이게  무슨 일인가.'


"가기는 어디를 자꾸 가라고... 지금 애 나오게 생겼구먼."


그때 남편은  내 굴을 불쌍한 듯 쳐다보며  중얼거리고 있었다.


그렇게 원래 내가 다니던 병원으로 옮겨져 난 바로 수술실로 들어갔다. 일요일 낮 시간대였다.




아기가 어디론가 옮겨지고  난 한참 잠에 빠져들었다.



옆에서 무슨 소리가 들왔다.



"흑흑흑... 얘가 불쌍해서 어쩌니... 흑흑흑..."


"그래도 아들이잖아?  네 며느리가 큰 일했다."


' 이게 무슨 대화인가?' 눈을 떠보니 이게 웬일인가?


모르는 할머니가 내 침대 옆에 바짝 붙어 앉아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분은 누군데 내 옆에 있는 건가? 나는 입을 간신히 열어 그 할머니에게 물어보았다.



"누구세요?"


"...일어났니?"


대답을 한 사람은 바로 그 옆에 있던 또 다른 할머니! 바로 시어머니였다.



"... 아니, 어머니... 무슨 일이에요? 언제 오셨어요?"


"장군이가 아기가 빨리 나오게 됐다고 전화가 와서 내가 택시를 타고 달려왔지."


"... 이... 분은 누...구... 신... 지."


모르는 할머니는 대뜸


"어머, 안녕하세요. 수고했어요... 난 여기 000 친구예요... 호호호."


시어머니의 친구분이 왜 이 시간  병실에 와 계신지 알 수가 없었다. 난 누워서


"안...녕하세요... 처음 뵙겠습니다."


하고 인사를 했으나 뭔가 어색하고 괴이했다. 아가어떤 상태인지도 궁금하고 무엇보다 왜 모르는 시어머니의 친구분이 침대 옆에 바 붙어 나를 쳐다보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 '에라 모르겠다.'라는 심정으로 다시 눈을 감았다.


 이윽고 두 분의 대화가 이어졌다.



"얘, 너는 갑자기 10년 만에  연락을  했니?"  음 보는  할머니가 물었다.


"갑자기  네 생각이 나더라고... 며느리 병원에 오는 중에 말이야."


"얘, 난 너 전화받고  너무 깜짝 놀라서 달려온 거야. 그나저나 갑자기 며느리가 입원한 병원엔  왜 불렀니?"


시어머니가 10년 동안 연락을 안 하던 친구에게 그날 오랜만에 전화를 해서 내가 입원한 병원에서 만나자고 한 것이다.



 '어째, 이런 일이? 왜? 친하지도 않은 것 같은데...'



시어머니는 그 친구분에게 이렇게 말했다.


"얘, 예전에 너 손자 낳고 얼마나 자랑을 했니? 나 그때 상처 받았어. 우리 아들은 결혼도 못하고 있는데 넌 눈치도 없이 얼마나 손자 자랑을 해댔니! 얘! 나도 이제 손자가 생겼어! 호호호...하하하...호호호...하하하..."


"...그...래. 축하한다..."


제왕절개 수술을 받고 침대에서 누워 있는데 시어머니가 병원에 오는 길에 10년 동안 연락도 안 하고 친하지도 않은 당신 친구에게 전화해 갑작스럽게 만나자고 한 것이었다. 

 유치하기 짝이 없는 복수를 한다고..



" 아기는 어디 가고 왜 할머님들만 내 옆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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