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Anti PostModern
Mar 30. 2023
<2022. 10. 05>
'지이잉'
핸드폰 앱 알림이었다.
"브런치 작가가 되신 걸 축하합니다"
그냥 해보지 하는 마음으로 브런치 작가를 지원하고 일주일 만에 합격 알림이 왔을 때 정말 기뻤다.
내가 쓴 글을 누군가가 읽는다는 게 정말 신기했다. 그리 대단한 일은 아니었는데...
'지이잉'
글을 올린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가 라이킷 했습니다"
인스타로 치자면 좋아요가 눌리기 시작했다.(인스타를 하지 않지만, 인스타에 좋아요가 눌렸을 때의 흥분은 거의 모든 사람이 비슷하게 느낄 거라고 생각한다. 이 말은 브런치를 하는 작가님들도 라이킷 하나에 마음을 졸인다는 뜻이다)
처음에는 기분이 좋았지만 글을 올리고 나서 신경이 온통 핸드폰에 집중되었다. 이런 경험은 다른 브런치 작가님들도 비슷하게 겪으신다.
안 되겠다 싶어서 브런치 알림을 꺼놨다. 그렇게 3개월 정도 꾸준히 글을 올렸다.
<2023. 12. 05>
구독자 0
3개월째 글을 꾸준히 올렸지만 늘지 않는 숫자, 구독자.
유튜버들이 왜 구독과 좋아요, 알림 설정 부탁드려요라고 하는지 조금 느꼈다. 브런치는 수익을 내는 플랫폼은 아니었지만, 사람들의 관심이 없으면 아무 의미 없다는 것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도저히 안 되겠다, 글을 올리지 말자 다짐하고 올린 글의 절반 이상을 보관함에 넣었다. 그리고 브런치 앱을 둘러봤다.
브런치 앱이 새로워집니다.
아마 글을 올리지 않은 시점에서 브런치 앱이 업데이트되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오늘의 작가가 추가되어서, 알고리즘의 간택이 생겼고, 요즘 뜨는 브런치북이 추가되어서 역시 조회수의 지배 아래 놓인 것을 발견했다. 이것을 통해 성공하신 작가님들을 비난하고 싶지는 않다. 브런치 팀을 비판하고 싶지 않다. 그저, 나는 왜 저 자리에 없을까 하는 한탄만 있었다. 뭐가 문제였을까. 요즘 뜨는 브런치북에는 결혼, 이혼, 가족사, 개인사에 관한 것이 대부분이었다. 내가 쓰는 글과는 거리가 있었다.
<2023. 3. 30>
'지이잉'
"작가님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야속하게도 브런치는 내게 손을 내밀었다. 네가 글을 쓰면 내가 간택해 줄 수도 있어라고. 그렇게 빅데이터를 생산하는 생산자의 역할을 해보라고 권유받았다. 그리고 그 권유를 받기까지 브런치가 내게 준 것은 다름이 아닌, 나의 글에 대한 정량화된 의미뿐이었다.
"조회수, 500"
두고 봐. 언젠가 내가 브런치를 어느 자리에서 어떻게 이야기하고 있는지.
하지만, 모순적이게도 브런치에 글을 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