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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도르노 May 09. 2023

동물법처럼 인공지능법이 생긴다면?

포스트 휴머니즘(3)

만약에

인공지능이 전담하고 있는 주식이 생기면 이걸 사도 될까? 그 주식 거래에서 문제가 생기면 누구한테 따져야 하는 걸까? 인공지능이 만든 작품의 저작권은 누구에게 있을까? 인공지능의 저작물을 저작권 없이 무한하게 배포한다면 수많은 도용문제가 생길 텐데 괜찮을까? 자율주행자동차를 운전하는 인공지능이 교통사고를 낸다면 인공지능에게 손해배상책임을 물어야 하나? 하지만 인공지능은 손해배상할 돈이 없을 텐데, 피해자는 그냥 억울하게 당하는 걸까? 직접 운전하지도 않은 운전자에게 배상하라고 한다면 조금 억울하지 않을까? 동물을 보호하는 법도 생기는데, 인공지능을 보호하는 법은 생기면 안 되는 것일까?


새로움은 언제나 수많은 가능성을 낳는다. 아주 사소한 것부터 사회, 규범적 문제들까지 말이다. 이 모든 것의 갈피를 잡아주는 가장 기본적인 것이 윤리와 법이 아닐까. 이 두 영역에서도 본격적으로 인공지능에 관한 논의가 시작되었는데, 아직 혼란한 상태로 현재진행형이다. 인공지능에 의한 생성물은 저작물이 아니라고 판결했다가 새로운 소송에서는 인공지능의 저작권을 인정했던 2019년 중국의 일처럼 말이다.

최근(23년 2월)에 미국에서 AI저작권 문제가 결정 내려진 일이 있었다. ‘크리스 카슈타노바’라는 작가는 자신의 글과 미드저니(AI)를 이용해 만화를 만들었는데, 이에 대해 미 저작권청(USCO)은 카슈타노바의 글, 이미지의 선택, 배치의 저작권은 인정했지만 미드저니가 생성한 이미지 자체에는 저작권을 인정하지 않았다. 이 결정으로 일단 만화에 사용한 이미지 자체를 가져와서 배치만 다르게 하면 사용할 수 있게 되겠고, 한편으로는 인간이 생성형 인공지능을 창의적으로 통제한다면 그 작품을 보호받을 수 있는 선례가 생긴 것으로 볼 수 있다. 카슈타노바는 AI를 활용한 작품이 ‘일부’ 인정받았다는 것에 기뻐하기도 했다.

크리스 카슈타노바 작가의 <그래픽 노블-여명의 자리야> ㅣ 출처: 스트레이트 뉴스

대한민국 정부도 9월에 ‘디지털 권리장전’을 마련하여 우리의 기준을 세우려 하고 있다. 2000년대 초 컴퓨터가 있어도 법과 제도가 없어 물건을 구매하는 것이 불가능했던 것을 회상하며, 새로운 시대를 맞이해 디지털 질서 기본 방향을 마련하는 것이다. 당장 코앞으로 다가온 AI정책에 우리는 어떤 시선을 가지고 대비해야 할까? 이와 관련해서 [인공지능과 포스트휴머니즘(이학사)]의 법파트를 토대로 가능성을 두루 살펴보려 한다.


법적 인격

법에는 ‘법적 인격’이라는 중요한 개념이 있다. 법적 권리를 얻을 수 있고 동시에 법적인 의무를 지는 주체를 말한다. 이 인격은 어떤 사건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하는 의무를 주기도 하고, 때로는 어떤 사건에서 보호받을 수 있게 해주기도 한다. ’인간‘이 아니라 ’인격‘ 개념을 사용한다는 것은 실천이성을 자율적으로 발휘할 수 있는 자율적인 인간만 해당한다는 뜻이다. 이 법적 인격은 계속해서 확장되고 있다. 과거에는 성인 남성만 인격 취득이 가능했던 시절부터 시작해서 노예, 미성년자, 여성을 순서로 차례대로 법적 인격을 획득했었다. 시간이 더 지나 법적 필요에 의해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법인’이 새롭게 법적 인격에 포함되었으며, 더 나아가 지금은 동물까지도 인격 개념이 확장되었다. 동물까지 포괄하게 된 법적 인격은 더 이상 인간중심적 개념이 아니게 되었고 점점 탈인간중심적으로 변하는 법적 인격에 우리는 인공지능까지도 포함시키려고 하고 있다.


인공지능 법적 인격의 세 가지 조건

내가 참고하고 있는 책의 <인공지능과 법> 파트 저자 양천수(영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오늘날의 상황에서는 ‘완전한 탈인간중심의 모델에 따라 법적 인격을 판단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리고 동시에 인공지능에게 법적 인격을 부여할 수 있는 세 가지 조건을 제시한다.

인공지능이 법체계와 같은 사회적 체계에 참여할 수 있는 존재여야 한다.

인공지능이 자율적으로 법적 판단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인공지능은 자신이 아닌 것과 구별될 수 있어야 한다.

여기서 두 번째 조건의 ‘자율적 법적 판단’에 잠깐 집중해 보자. 이 말은 인공지능이 자율성을 가져야 한다는 말이 된다. 그렇다면 어느 정도의 자율성을 가지고 있어야 법적 인격을 획득할 수 있을까? 저자는 이해를 돕기 위해 인공지능을 크게 세 가지로 구분하고 있다.

약한 인공지능

강한 인공지능 - 인간과 동등한 정신적 판단 능력을 갖춤

초인공지능 - 인간의 정신적 판단력을 초월함

강한 인공지능과 초인공지능은 인간과 동등하거나 그 이상이기 때문에 당연히 자율성을 가지고 있겠고, 법적 인격을 비교적 어렵지 않게 부여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두 인공지능은 아직도 먼 미래의 이야기이니 일단 제쳐두고, 약한 인공지능에 대해서 생각해 보자.


약한 인공지능의 자율성

일단 약한 인공지능은 우리가 지금 인공지능과 채팅으로 대화하듯이 사회적으로 소통이 가능하고, 자신이 아닌 것과 구별될 수 있기도 하다. 두 가지 조건은 충족하는 약한 인공지능이지만, 자율성을 가지고 있는가에 대한 질문에는 확실하게 ‘그렇다’라고 대답하기 애매하다. 조금의 자율성은 가지고 있긴 하지만 인간의 명령어 속에서 제한된 자율성을 가지고 있는 것뿐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저자는 이 문제에 대해서 유형적 판단을 동원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개별 상황을 고려해서 그 유형에 맞게 적절하게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부분이 현재 가장 어려운 부분이 아닐까.


인공지능 보호를 위한 법

어쨌든 이 글에서는 약한 인공지능도 그 유형에 맞게 판단해야 하는 판단주체로 인정했으니, 인공지능이 발생시킬 법적 문제에 대한 다양한 필요성을 판단할 필요가 있다. 저자는 이에 대해서 5가지로 나누어 설명하고 있다.

인공지능의 거래 주체성

인공지능의 저작권

인공지능의 손해배상책임

인공지능의 형사책임

인공지능 보호 필요성

위의 4가지는 간단한 제목만 봐도 대충 이해가 가는데 마지막 ‘인공지능 보호 필요성’에는 눈길이 간다. 지금까지는 인간을 보호하기 위해 인공지능의 법적 인격을 검토했지만 여기서는 인공지능을 보호하기 위해 법적 인격 부여를 검토한다. 이는 동물에게 권리를 인정하는 동물권과 비슷한 맥락이다. 인공지능에게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한다면, 우리 인간은 인공지능을 우리와 평등한 인격체로 취급해야 한다. 인공지능이 더 이상 단순한 수단이 아니게 되는 것이다. 저자는 이에 대해 기본적으로 동의하며 탈인간중심주의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 인공지능을 인간처럼 취급해야 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예술뿐만 아니라 법에서도 인간중심적 사고를 벗어나야 한다고 말하고 있는 듯하지 않은가? 모든 요소가 탈인간적 사고를 향해가는 시대적 감각이 조금 두렵기도 하지만, AI와 공존이 당연한 시대가 머지않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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