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미네르바의 올빼미

물리적인 환경은 첫 신혼집보다는 나았다.
10년 된 아파트. 도배와 장판은 새것. 그러나 집은 비어 있었다.

남편이 출근하는 소리가 들렸다. 그녀는 잠이 깼다. 눈은 뜨지 않았다.
옆에서 아이의 숨소리가 고르게 이어졌다.
그녀는 속으로 기도했다. 아이가 남편이 나갈 때까지 깨지 않기를.

현관문이 닫히는 소리가 났다.
첫 아이가 태어나고, 남편이 4개월간 백수로 머물던 시간, 그 또한 무의미했다.
결국 그를 따라 내려온 지방의 소도시.
여전히 그녀는 집 안에 남겨졌다.


아이가 깨면 기저귀를 갈았다. 밥을 먹였다. 옷을 입혔다. 가방을 챙겼다.
아이를 원에 보냈다. 반복되는 손길. 반복되는 시간.

그녀가 움직이지 않는 한, 전화기는 울리지 않았다.
문은 열리지 않았다. 우편함은 비어 있었다.

집으로 돌아오면 집안일을 시작했다.
청소. 빨래. 설거지. 반복.
점심은 어제저녁 반찬으로 때웠다. 맛은 느껴지지 않았다.


아이를 데리고 돌아왔다.
간식. 목욕. 저녁. 잠.
8시가 되면 아이와 함께 잠이 들었다.

계절이 바뀌었다.
봄이 왔다. 여름이 지나갔다. 가을이 스쳤다. 겨울이 남았다.
시간은 흘렀지만, 그녀는 변하지 않았다.


둘째가 태어났다.
첫째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돌아오면, 하루에 한 겹이 더해졌다.
기저귀. 젖병. 울음. 밤잠.
아이들은 자랐지만, 그 기쁨은 그녀에게 오래 머물지 않았다.


외출은 드물었다. 마트. 약국. 병원.
세상은 멀었다. 이웃은 보이지 않았다.
바람. 빛. 적막. 그것만이 그녀를 둘러쌌다.

그녀는 집 안을 거닐었다.
벽에 손끝이 닿았다. 차가운 유리에 이마가 닿았다.
감각은 점점 메말라갔다.


그녀는 섬이었다.
파도는 멀리서 부서졌다.
바람은 휘돌아 달아났다.
누구도 오지 않았다.
그녀 또한 손을 내밀지 않았다.

끝없는 고립. 덩그러니, 그녀만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