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해 여름

희망의 불빛

by 미네르바의 올빼미

모든 생명의 에너지가 끓어오르는 여름.

그녀는 그런 여름이 싫었다.

어린 시절 즐거웠던 여름휴가는 이미 오래된 추억이 되었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계절, 불볕더위와 끈적한 바람, 순식간에 불어난 물살이 모든 것을 쓸어내린 계절이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아버지는 매년 여름이면 그녀와 동생을 데리고 민물고기를 잡으러 갔다. 아버지의 친구들, 그 자녀들까지 어울려 물살을 가르고 뛰놀았다. 어른들은 소년 시절로 돌아간 듯 그물을 치며 고기를 몰았고, 아이들은 물놀이 끝에 매운탕 냄비 앞에 모였다. 아이들은 차마 고기를 건져먹지 못하고 수제비와 국수로 배를 채웠다. 그때만 해도, 그녀는 여름을 기다렸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그 연례행사는 사라졌다. 여름방학이 시작되면, 그녀는 빈집에 남아 하루를 견뎌야 했다. 책을 읽고 숙제를 하며 굶주린 채 엄마를 기다렸다. 돌아온 엄마는 꾸중을 했다. 할아버지와 동생의 끼니를 챙기지 않았다는 이유였다.

그녀는 이해할 수 없었다. 왜 방학이면 그것이 자신의 몫이 되는가. 학교에 있는 동안 그들은 어떻게 밥을 먹었단 말인가. 누구도 설명하지 않았다.


사실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엄마가 차려둔 반찬에 밥만 푸면 되는 일이었다. 하지만 갑작스러운 역할 변화는 그녀를 얼어붙게 했다. 그렇게 쉬운 일이라면 왜 스스로 하지 못하는 존재들인가. 서러움은 차가운 기류가 되어 마음에 맴돌았다.


아버지의 첫 사업은 크게 실패했다. 그 후 할머니와 할아버지 일에 일손을 보태며 버텼지만, 주도권 없는 방황은 오래갔다. 갈등은 깊어졌고, 그녀는 모른 척했다. 아니, 알고 싶지 않았다. 집안의 소란을 피하는 길은 공부뿐이라 믿었다. 그러나 할머니는 못마땅해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취직해 아버지를 도우라 했다. 그녀의 꿈은 집안 누구와도 맞닿지 않았다.


결국 아버지는 짐을 챙겼다. 아내가 시집올 때 사온 장롱, 그녀에게 사준 피아노, 책상, 옷가지만을 들고. 그리고 독서실에 있던 그녀에게 전화를 걸었다.


“짐 챙겨서 나와.”


그 해 여름, 그녀는 아버지를 따라 10년의 터전을 떠났다. 모든 것을 잃은 상실감은 그녀의 것이 아니었다. 썩 괜찮았다. 오히려 그 순간, 그녀는 알았다. 아직 꿈이 남아 있다는 것을.

상처 입히던 환경을 벗어나 힘을 길러, 언젠가 자신이 원하는 세계로 가닿으리라 믿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