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온한 봄날의 함정

잔해 속에 흔들리는 풀잎

by 미네르바의 올빼미

그때 처음 알았다.
‘나를 위한 사랑이 이렇게 무서울 수 있구나.’

할아버지의 사랑은 늘 뜨겁고 거칠었다.
세발자전거를 도랑에 빠뜨린 날, 위험하다며 눈앞에서 부숴버린 것도 그랬다.
그 모든 것은 할아버지만의 방식이었다.
자신의 밑바닥까지 드러내며 그녀를 지켜준 사람.
그녀의 안전을 해치는 모든 것과 맞서 싸운 사람.

그래서 그녀는, 오랜 시간이 지나도
뜨겁고 거친 사랑을 동경하면서도
막상 그 앞에서는 주저하는 사람이 되었을지도 몰랐다.




그녀의 남편이 된 남자는 결이 달랐다.
하얀 피부에 동글동글한 인상.
대화는 어색할 틈이 없었고,
‘처음 본 사람에게 이렇게까지 깊은 이야기를 해도 될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는 언제나 귀 기울였다.

억지로 말을 하지 않아도, 재촉하지 않았다.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면, 끝까지 들어주었다.
표정도, 태도도, 감정도 흔들림이 없이.
스펀지처럼 모든 것을 흡수하며,
마치 커다란 곰인형처럼 그녀를 감싸주었다.


남편을 만날 무렵, 그녀의 상황은 최악이었다.
아버지의 사업은 네 번째로 무너졌고,
그녀는 부모의 원조 없이 공부를 계속하겠다고 버티고 있었다.
그러나 희망의 불빛은 점점 꺼져갔다.
장학금으로 학비를 감당한다 해도,
생활비는 어디에서 충당할 것인지 앞이 아득했다.

“공부는 네가 하고 싶은 마음이 사라지지 않는 한,
네 때가 되면 다시 시작할 수 있어.”

그의 말은 지친 그녀에게 도망쳐도 괜찮다고,
이제는 그만 쉬어도 된다고 말해주는 듯했다.
무책임해 보일 수도 있는 말이었지만,
그녀에겐 유일하게 자신을 이해해 주는 사람처럼 느껴졌다.


그녀는 그렇게, 봄날 같은 6개월을 보냈다.
그리고 결혼을 결심했다.

결국, 그녀는 또다시 도망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