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의 화살

by 미네르바의 올빼미

그날따라 몸이 유난히 무거웠다.

평소처럼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아침마다 몽롱한 건 늘 있는 일이었다.

그러나 반나절이 지나자, 눈앞이 흔들렸다.

뒷좌석에 아이들을 태우고 집으로 가던 길, 그녀의 머릿속에는 오직 하나.

‘어서 집에 가서 눕자.’


쾅!


눈을 뜨니, 앞은 아수라장이었다.

개조된 ATV와 정면충돌.

그녀는 반대편 차선을 물고 좌회전을 했다.

한 순간의 방심은 모든 걸 부쉈다.

사람들이 뛰쳐나왔다.

상대는 여든이 넘은 노인이었다.

눈에 띄는 부상은 크지 않았지만, 높은 연세로 긴급 이송이 필요했다.



그녀의 귀에 가장 크게 울린 건, 사람들의 웅성거림도, 남편의 목소리도 아니었다.

“무보험 상태.”

남편만 운전할 수 있는 차량. 그녀는 몰랐다. 아니, 알고도 외면했을까.

그제야 깨달았다. 남편이 늘 “사고 나면 곧장 전화하라”라고 했던 말의 의미를.

보험사는 대인 보상을 거절했다.

같은 동네라 합의금은 크지 않았지만, 그들에게는 감당할 수 없는 돈이었다.

남편은 괴로워했고, 동시에 그녀를 원망했다.

심장이 쥐어짜이듯 가슴이 조여왔다.



그녀는 고모에게 고개를 숙였다.

“조금씩이라도 꼭 갚겠습니다.”

사고가 정리되자, 남은 건 확신뿐이었다.


이 남자도 믿을 수 없다. 나는 혼자다.


그녀는 다짐했다. 경제적으로 독립하리라.

2년 동안 새벽마다 우유와 신문을 배달했다.

아이들을 맡기고는 카페와 식당에서 서빙을 했다.

지역사회에 익숙해지자, 마침내 ‘직장’이라 부를 만한 곳에도 들어갔다.

목표는 단 하나. 남편과 같은 월급. 그래야 아이들과 떠날 수 있다.


그러나 직장 상사의 한마디가 칼처럼 꽂혔다.


“네가 그렇게 비난하는 그 남자? 바로 네 수준이야.”


그 말은 피처럼 온몸을 돌았다. 무시할 수 없었다.



문제는 바로 그녀 자신이었다.

그녀의 선택, 그녀의 결과.

어른인 그녀는 달라질 수 있었다. 그러나 달라진 것은 없었다.

그 대가를 치르는 건 아이들이었다.

절망이 그녀를 집어삼켰다.

숨조차 쉬기 힘든 어둠 속, 그녀는 비로소 알았다.

더는 도망칠 수 없음을.

비난의 화살은 이제, 그가 아닌 자신에게 향해야 한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