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사의 말이 가슴을 두드리던 날 이후, 그녀는 알고 있었다.
삶은 이미 오래전부터 균열이 시작되었고, 그녀 자신도 무너져 가고 있었다는 것을.
하지만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인지는 알 수 없었다.
몸은 늘 지쳐 있었고, 마음은 무기력했다.
두 아이를 돌보는 일만으로 하루는 고갈되었다.
철에 맞는 옷을 입히고, 끼니를 챙기고, 잠을 재우면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믿었다.
서로에게 사랑한다는 말도, 다정한 눈길도 필요하다는 사실조차 외면했다.
곁에 있어 주는 것만으로도 된다고 스스로 위안했다.
그러던 어느 날, 어린이집에서 전화를 받았다.
큰아이가 수업에 참여하지 않고, 작은아이는 울기만 한다는 이야기였다.
그녀는 이유를 알고 싶어 큰아이에게 물었다.
“왜 수업에 안 들어갔어? 무슨 일 있어?”
아이는 조용히 고개를 떨구더니, 낮고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엄마가 나를 버렸잖아.”
그녀는 순간 숨이 막혔다.
“무슨 소리야? 엄마가 널 언제 버렸어?”
아이는 눈망울이 눈물로 번뜩이며 외쳤다.
“옛날에! 할아버지, 할머니 집에 두고 갔잖아!”
그제야 그녀는 잊고 있던 일을 떠올렸다.
둘째를 낳고 퇴원한 직후, 몸조리와 살림을 병행할 수 없어 큰아이를 부모님 집에 맡겼던 2주.
경제적 사정 때문에 정부로부터 산후도우미 지원을 받았지만 큰아이까지 포함할 여력이 없었다.
그녀는 사정을 설명조차 해주지 못한 채 아이를 보냈다.
아니, 어리다는 핑계로 설명하지 않았다.
그녀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건… 엄마가 널 버린 게 아니야. 잠시… 잠시만 맡겼던 거야.”
하지만 아이는 고개를 저으며 울먹였다.
“아니야. 나는 버려졌어.”
그녀는 아이를 끌어안았다. 미안하다는 말만 흘러나왔다.
처음 며칠 동안 아이는 돌덩이처럼 굳어 있었다.
그러다 아주 조금씩, 그녀의 품 안으로 파고들었다.
며칠 후, 마침내 아이는 두 팔로 그녀를 감싸 안고 목 놓아 울었다.
그 순간 그녀는 깨달았다.
버려졌다고 느낀 아이가, 여전히 자신을 향해 팔을 벌리고 있었다는 것을.
그녀의 사랑은 조건부였다. 여유가 있을 때, 힘이 남을 때만 주어지는 사랑.
그러나 아이의 사랑은 달랐다.
상처 속에서도, 절망 속에서도, 여전히 그녀를 향해 있었다.
그녀의 부끄러운 사랑과는 달리, 아이의 사랑은 순수했고 무조건적이었다.
그녀는 울음을 삼킬 수 없어 아이와 함께 통곡했다.
아이의 작은 몸을 안고 흐느끼며, 부모라는 이름이 얼마나 무거운 것인지 그제야 알았다.
허울뿐인 껍데기 같던 그녀의 세계는 아이의 사랑 앞에서 모래성처럼 무너져 흩어졌다.
더 이상 비현실적인 성을 쌓을 수는 없었다.
그녀는 아이의 눈빛 속에서, 진정으로 다시 일어서야 할 이유를 보았다.
그러나 현실은 그녀에게 결코 쉬운 길을 허락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