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관심이라는 폭력

by 미네르바의 올빼미
연재 속 에피소드는 작가의 경험을 바탕으로 작가의 관점에서 새롭게 창조된 이야기입니다.



일주일이 지나고 회의가 열렸다. 새 팀장이 마지막으로 들어오며 회의실 문이 닫히는 소리가 유난히 크게 울렸다.

회의가 시작되고 담당자별 보고가 이어지던 찰나, 미올은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나 자료를 나누며 말했다.


“팀장님, 지난번 보고서에 적힌 비용 항목들… 다시 검토해야 합니다. 숫자들이 실제 사업 규모와 다릅니다.”


방 안은 이상할 정도로 조용했다. 누군가 기침을 했고, 누군가는 필기하는 척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아무도 미올의 말에 호응하지 않았다.

팀장은 미소를 지었지만, 눈빛은 움직이지 않았다.


“조정 과정에서 생긴 오차일 수도 있지요. 기획팀에서 이미 검토했을 겁니다. 괜히 오해를 야기할 필요는 없습니다.”


‘괜히 오해’라는 말은 회의실 공기에 균열을 내기는커녕 금속처럼 차갑게 가라앉았다.

주변 동료들의 얼굴을 바라보았지만, 그들은 모두 벽이었다.




점심시간, 자리에 앉으려 하자 사람들이 불편하게 의자를 끌며 서로 다른 대화를 이어갔다.


“… 괜히 엮이지 말고 가만히 있어. 지나가면 조용해질 일이야.”


후배는 눈치를 보다가 조용히 일어섰다.


‘아… 이게 무관심이구나.’


미올은 생각했다. 누군가를 때리지 않아도, 비난하지 않아도, 그저 모른 척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사람을 고립시킬 수 있다는 사실을.




퇴근길, 엘리베이터 안 거울 속 미올은 지쳐 있었다.

억울함보다 더 깊은 감정, 허무함이 있었다.


“내가… 잘못하고 있는 걸까?”


그러나 바람이 스쳐가는 계단에서 멈춘 순간, 그녀는 속삭였다.


‘아무도 내 편이 아니어도, 그래도 틀린 것은 틀린 거잖아.’


동료들의 침묵, 판단 유예, 무관심은 단순한 소극적 태도가 아니라 구조적 폭력이다.


불의의 상황에서 중립을 지킨다면, 당신은 억압자의 편을 선택한 것이다.
-데즈먼드 투투 (Desmond Tutu)
움직이는 기차 위에서는 중립을 지킬 수 없다.
-하워드 진 (Howard Zinn)



미올의 결심은 더 단단해졌다. 자신이 잃지 말아야 할 정의감,

비록 아무도 동조하지 않아도, 자신만이라도 외면하지 않겠다는 결심이었다.

월, 목 연재